호화로움의 다른 이름



호화로움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화려한 장식과 값비싼 소유물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점점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진정한 호화로움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작은 기쁨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이다.


하루의 끝자락,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말을 주저 없이 내뱉을 수 있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지고 풍요롭다. 세상의 속도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저무는 해가 전하는 마지막 빛을 붙잡아 잠시 숨을 고를 줄 아는 여유. 그 순간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나만의 사치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서, 그 온기와 향기가 전하는 미세한 떨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각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나를 지금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 의식 같은 것. 한 모금의 맛이 내게 속삭인다. “지금, 네 삶이 여기 있다”라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의 박수나 세상의 리듬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선택한 박자에 따라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존중과 품위다. 삶을 음미한다는 것은 거창한 성취를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고급스러운 삶이란, 거대함이 아니라 미묘함을 알아차릴 수 있는 감수성, 소비가 아니라 감탄할 줄 아는 능력, 속도가 아니라 자기 호흡을 지키는 우아함이다.


이 모든 것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익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익히고 나면 세계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석양은 매일 저물지만 매일 새롭고, 커피는 늘 같지만 그날의 나에 따라 다른 맛을 전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게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품고, 조용하지만 찬란한 나만의 호화로움을 살아간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