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지나온 나에게 보내는 느린 편지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마음 한쪽에 묵직하게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도 전에 이미 시간은 바쁘게 흐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감정들은 뒤로 밀렸고, 행동은 앞서 갔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따라올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유난히 실수도 잦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순간도 늘기 마련이다.

난 종종 타인의 칭찬에 익숙치 않아 부끄러워 잔뜩 움추린다


누군가가 나를 너무 좋게 보거나 이상화할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현실을 바로잡고 싶어한다


자칫 당황스러움의 표현으로 의도치않게 치부를 드러냐버리곤 하듯이 말이다. 촌스럽게도.


예를들어 사랑하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흉보는 일 따위 등등.

그니깐,,,의도는 겸손 + 정직이었지만,,,빗나가버린 포인트처럼.

아이를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부끄러운 예시가 너무 빠르게 튀어나와버렸거나..


돌아보면 오늘 내가 했던 말, 표정, 반응 중에는 다시 생각하면 아쉬운 것들이 꽤 있다. 누군가의 의도를 오해해 짧게 대답했던 순간, 피곤함을 이유로 미뤄버린 일들, 더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었던 자리를 지나친 것들. 작은 파편처럼 흩어진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마음은 살짝 움츠러든다.

하지만 그 순간들 속엔 변명할 수 없는 나의 부족함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상처를 숨기고 버텼던 마음의 흔적도 있었다. 오늘의 내가 서툴렀던 이유는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라는 비판이 먼저 튀어나오면, 그 비판은 종종 나를 더 작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달리 생각해 보기로 한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상처가 되는 비판은 아니어야 한다. 나를 더 나아지게 하는 비판은 반드시 따뜻함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너 오늘 참 애썼어. 그리고 조금 부족했어. 하지만 그 부족함 덕분에 더 배우게 되었어.”


오늘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 보면, 실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고, 누군가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웃음을 건네기도 했다. 내 마음이 힘들었음에도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다.

이런 장면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나에게 ‘나는 나름대로 잘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성찰이란 결국, 잘못을 헤집고 후회만을 늘어놓는 작업이 아니라

오늘을 통째로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내일을 위한 작은 길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나는 지나치게 빠르게 판단했고, 때로는 감정에 밀려 거칠게 반응했지만, 그 모든 순간을 지나 지금 이 시간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성장의 한 조각이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고, 결정이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잔인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의 마무리는 이렇게 적어본다.

나는 오늘 조금 비틀거렸지만, 충분히 노력했고, 내일은 오늘보다 단단해질 것이다.

나의 실수와 나의 선함, 나의 미숙함과 나의 성실함을 모두 품은 채로, 나는 또 하나의 하루를 살아낼 준비를 한다.

성장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부드러운 성찰에서 피어나는 것이니까.


오늘의 실수와 오늘의 따뜻함을 모두 챙겨 안은 채, 나는 또 하루를 살러 간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