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퇴사 3주 전, 혼란스러운 일상
10월의 마지막 날, 새벽이슬은 드디어 퇴사를 하게 된다. 그녀는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힌 후, 남은 3주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하지만 막상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오전에는 여전히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다만, 노트북 화면에 뜬 달력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잘하는 걸까?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는 게 맞을까?’
회사에서는 퇴사를 앞둔 그녀에게 더 이상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았다. 덕분에 업무 강도는 줄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붕 뜬 기분을 느꼈다. 평생을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왔는데, 이제 그 끈을 놓는다는 것이 어색했다.
집에 돌아오면, 한월이는 그런 엄마의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었다.
"엄마, 이제 곧 퇴사하면 나랑 놀 시간 많아지는 거지? PC방도 자주 갈 수 있겠네!"
한월이의 말에 새벽이슬은 애써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래, 이젠 한월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 거야. 이것도 좋은 점이지.’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퇴사 이후의 현실적인 삶, 당장 수입이 끊기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지워지지 않았다.
새벽이슬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내가 과연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일까?'라는 의문이 매 순간 그녀를 짓눌렀다. 퇴사라는 결정이 가져온 변화는 기쁨보다는 알 수 없는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월요일 저녁, 그녀는 퇴근 후 야간 대학으로 향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교수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녀를 맞았다. 그날의 수업은 ‘사회복지윤리와 철학’이었다. 교수님은 사회복지사가 겪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설명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러분, 우리가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지 사람들을 돕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죠.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수님의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에 새벽이슬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오직 성공만을 향해 달려왔던 삶, 가족과의 시간보다 회사에서의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겼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수업이 끝난 후, 그녀는 그룹원들과 함께 학교 앞 국밥집에서 식사를 했다. 재민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새벽이슬님, 요즘 많이 힘드세요?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네.”
새벽이슬은 쓴웃음을 지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퇴사 결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 이게 맞는 길인지, 퇴사 후에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교수님 말씀처럼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니 두렵네요.”
태식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새벽이슬님, 두려운 게 당연하죠. 그래도 새벽이슬님은 이미 용기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거예요.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그 마음 자체가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따뜻한 위로에 새벽이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는 국밥 한 숟가락을 뜨며 생각했다. '그래, 불안한 건 당연해. 하지만 나는 지금,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 위에 서 있어.' 비록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