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사회시간 국제정세를 익히며
사회시간이면 고민이 많습니다. 6학년 1학기 사회가 한국근현대사와 정치경제 부분에 중심을 두었다면, 2학기 사회는 세계지리와 문화, 지구촌 여러 나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구촌 속 분쟁과 갈등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올 한 해, 어떤 일이든 긍정적인 점을 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동화책 속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가르치고 싶지만, 실상 국제사회는 그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약점을 보이는 순간 이를 이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무너뜨릴 순간을 노립니다. 이제 열세 살이 된 우리 아이들도 현대사회가 동화 속 세계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뉴스 속 국제사회 분쟁에 대해 물어봅니다. 뉴스에서 최근 자주 등장하는 '관세'와 '러우전쟁' 이야기가 단박에 튀어나옵니다.
외교부사이트를 통해 여행안전정보 지도를 보여줍니다. 여행유의 국가부터 여행금지 국가까지 4단계로 표현한 세계지도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본인들이 배운 나라들의 색깔을 찾아보며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을 쏟아냅니다.
-아프리카는 왜 이렇게 여행금지국가가 많아요?
-러시아는 왜 특별여행자제 국가예요?
-왜 같은 나라 안에 색깔이 달라요?
자세히 살펴볼수록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나갑니다. 종교, 인종, 민족 등으로 불거진 구체적인 분쟁지역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풀어내보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아이들의 표정은 혼란만 더해집니다.
왜 영국이 대서양을 건너 포클랜드를 앗아갔는지
왜 카슈미르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이 되었는지
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구의 사람들이 서로 폭격을 날려대는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분쟁의 현실이 된 지역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종교가, 인종이, 영토가, 서로를 향해 총, 칼을 겨누는 일이 될 수 있는 걸까?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중시한 '안전'과 '예의'는 어디로 갔을까요? 어른들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안전과 예의는 온데간데없고 이기주의만 남아있습니다.
아이들도 조금씩 느끼고 있겠지요. 교실 속 작은 세상이 실제 세상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렇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비록 지금은 내가 어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일지라도 내 자리에서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열세 살 아이들이 분쟁국가로 뛰어들어 총, 칼을 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는 것이 어린이로 지구촌 평화에 이바지하는 거라고 함께 결론을 내려봅니다.
오늘 사회 쪽지시험의 마지막 문제입니다.
지구촌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자신들의 '안전'과 '예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답으로 써 내려갑니다. 한 명씩 모든 아이들의 답을 듣고 칠판 한 귀퉁이에 정리해 둡니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도 알려주세요!
선생님의 방법이 궁금한 아이들은 선생님을 졸라봅니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평화라? 무엇이 있을까요? 서로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는 게 평화의 한 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졸라대는 아이들의 눈빛에 못 이겨 답을 들려줍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대답을 들은 아이들은 배시시 웃어 보입니다. 선생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본인들처럼 오답정리를 하고 회장에게 검사받아야 한다며 귀여운 협박을 날려댑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실천하고 나아갈 수 있으면 합니다. 어쩌면 자기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평화의 한 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비록 현실 세계는 여전히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호시탐탐 상대의 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도 그 세계로 발을 내디뎌야겠지요. 그전에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내 작은 한 걸음이 모여 결국 큰 물길의 흐름을 돌려놓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