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여행 | 샌디에이고 공원 산책 3
미드웨이 해양 박물관과 투나 하버 공원
항공모함의 모습을 뉴스 화면으로 처음 봤을 때 무척 신기했다. 전투기들이 뜨고 내리는 바다 위 공항 같은 배라니. 그런데 일반인들도 항공모함 위에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 샌디에이고 도심 바로 옆에 있다. 바로, 퇴역한 항공모함인 '미드웨이'에 옛날 전투기 등을 전시해 둔 USS 미드웨이 해양 박물관이다.
그 건너편 투나 하버 공원(Tuna Harbor Park)에는 ‘V-J Day Kiss’라고 알려진 해군과 간호사의 키스 동상이 있다. 1945년 <라이프>지에 실린 사진을 동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 ‘종전 키스’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상징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제복 입은 해군과 간호사는 기쁨을 나누는 연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찍힌 이 남녀는 연인 사이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반전이 숨어있다. 전혀 모르는 해군 수병에게 길을 가던 간호사가 기습 키스를 당한 것이었다.
헐~!! 일본의 항복으로 종전을 기뻐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관점으로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아무튼 이 키스 동상은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이다.
키스 동상 근처에 ‘내셔널 살루트 투 밥 호프 앤드 더 밀리터리(National Salute to Bob Hope and the Military)’라는 전쟁 기념 조형물도 있다. 밥 호프(Bob Hope)는 미군들에게 인기 많았던 코미디언으로, 한국전쟁을 비롯해 미군이 파견된 여러 전장이나 분쟁 지역에서 수많은 공연을 진행한 인물이다. 그 공로로 미 의회에서 명예 참전용사로 유일하게 승인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조형물들은 샌디에이고가 미 해군의 주요 기지가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공원에서는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현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배우와 연기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 수많은 스태프가 있었다.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드라이아이스 머신이 바쁘게 돌아간다. 어느 곳에서나 이런 장면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아기자기한 씨포트빌리지와 가스램프 쿼터
공원에서 해안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씨포트빌리지(Seaport Village)가 이어진다. 이곳에는 아기자기한 선물을 파는 가게와 옷 가게,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근처 하얏트나 메리어트와 같은 대형 호텔 건물이 멋진 위용을 자랑한다. 그 앞으로 대중교통수단인 빨간 트롤리가 다닌다.
멀지 않은 곳에 샌디에이고의 원도심 대표 거리인 가스램프 쿼터(Gaslamp Quater)와,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라스트 신을 찍은 유명한 식당[Kansas City BBQ]이 있다. 두 곳 사이에는 야구선수 김하성 덕분에 많이 알려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Petco Park)도 있다. 이처럼 투나 하버 공원과 씨포트빌리지는 샌디에이고 도심의 수많은 명소와 가까운 멋진 해안 산책로이다.
다리 건너 코로나도섬에 센티니얼 공원
도심에서 바다 위 대교를 건너 코로나도섬으로 간다. 아래로 항공모함도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는 높게 만들어져 있다. 코로나도섬은 샌디에이고만(Bay) 앞에 있다. 섬 북쪽에는 미 해군기지가 있지만, 아래쪽은 요트장, 골프장, 여러 해변 공원까지 있는 고급 주택가이다. 특히 오래된 델 코로나도 호텔 앞 비치는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촬영 장소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우리는 센티니얼 공원으로 간다. 버스에서 내려 해안가로 가는 길에 작은 파머스마켓이 있다. 과일과 꽃, 여러 잡화를 팔고 있다. 식재료 중에는 특히 호박꽃이 눈에 띄었다. 외국 여행 프로그램에서 호박꽃 요리를 본 기억이 났다.
센티니얼 공원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해변 풍경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바다 건너 샌디에이고 도심 스카이라인을 구경할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였다.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본 보라색 자카란다 나무도 여기가 가장 아름다웠고, 곳곳에 보라색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호주와 아프리카의 벚꽃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그 나무 아래 카페와 페리 선착장에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시원했다. 여기 주변에도 기념품 가게들이 많아 샌디에이고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작은 소품, 티셔츠 등을 쇼핑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가 살기 좋은 도시인 것은 온화한 기후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에 접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활기찬 일상도 장점이 많겠지만, 이런 삶의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샌디에이고 여행기 세 편에 이어 다음 주부터 LA 여행 이야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도 캘리포니아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