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 동생들이 반기는 미국 해변, 라호야 코브

미국 캘리포니아 여행 | 샌디에이고 공원 산책 2

by 새벽강

라호야의 한국 동생들

라호야 코브(La Jolla Cove)는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La Jolla’를 ‘라 졸라’라고 읽지 않는 것은 영어 단어가 아니라, 보석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보석처럼 아름답고 아늑한 바다라는 뜻이겠지? 그런데 거기에 한국인 동생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_라호야코브 전경.jpg 보라색 버베나 꽃이 피어 있는 라호야 코브 풍경

“형~!, 형~!”

라호야 코브에 가면 본인 동생들이 나와서 우리를 환영해 줄 거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낯선 미국 해변에서 그럴 리가?


물론 넉살 좋은 우리 가이드의 농담이다. 바다사자와 물범 울음소리를 흉내 낸 것이다. 샌디에이고 북동쪽에 있는 이 해변이 미국에서 유명한 것은 바다사자와 물범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샌디에이고_라호야코브_물범바다사자.jpg 바다사자, 물범, 펠리컨, 갈매기가 한 데 어울려 쉬고 있다

“형! 헝! 엉엉...”

정말 해변 곳곳에서 ‘형!’을 부르는 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물범과 바다사자가 엄청 많다. 소리의 주인공인 물범(Seal)과 바다사자(Sea Lion)를 구별하는 방법은 이렇다. 현지 안내판에 따르면, 구별하는 방법은 귀가 구멍만 있으면 물범이고 바깥으로 튀어나온 귀를 가지고 있으면 바다사자라고 한다. 또, 물범과 바다사자는 캘리포니아 해안선 전역에 걸쳐 발견된다고.


바다 안에서 헤엄치는 녀석보다 훨씬 많은 녀석이 물 밖에 있다. 이들은 하루에 7~8시간 이상을 물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체온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파도가 몰아쳐도 고요히 잠들어 있는 녀석들은 마치 미소를 짓고 있는 듯 평온해 보인다.

샌디에이고_라호야코브_잠자는 바다사자.jpg 거친 파도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든 물범의 표정이 평화롭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해변

라호야 비치의 특별한 점은 이 동물과 사람이 해변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같은 바다에 사람들도 수영하고 물범들도 수영(!)하고 있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머리만 올라올 때는 물범인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다. 같은 공간에서 동물과 사람이 함께 어울린 모습이 신기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녀석들이 더 넓은 해변을 점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공간이 더 좁다는 점이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다 물릴 수도 있고, 연방법 위반으로 벌금을 낼 수 있으므로 그들을 방해하거나 놀라게 하지는 말란다. 현지 아이들이 놀고 있는 백사장까지 내려가본다. 물범과 바다사자를 바로 코 앞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샌디에이고_라호야코브_공존.jpg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유하는 라호야 해변. 바다에는 사람과 물범이 같이 수영하고 있다.


여러 야생화가 피어 있는 해변에는 물범뿐만 아니라 가마우지, 갈매기, 다람쥐 등도 많다. 이들도 사람들을 겁내지 않고 제 할 일(?)에 집중할 뿐이다. 사람들도 해변과 언덕 위 잔디 광장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쉬고 있다.


동물원에서 펜스를 사이에 두고 관람하는 게 익숙한 나에게 라호야 해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둔 해변에도 바다사자와 물범이 와서 지내기도 한다. 물론 그 동물들을 내보내고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지만, 도시에 인간과 동물이 경계선 없이 어울릴 수 공간이 많다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 라호야 해변을 산책하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평온해진다.


샌디에이고 라호야 코브. 이 도시, 이 해변 맘에 든다!

샌디에이고_라호야코브_다람쥐.jpg 파도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바다사자뿐만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남아 있는 해변은 어디인가요? 국내든, 해외든 좋아하는 해변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주 토요일에 '샌디에이고 공원 산책' 마지막 3편이 이어집니다. 다음 주에도 캘리포니아 산책하러 오세요~!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2화샌디에이고 발보아 파크와 올드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