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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가 현실이 되는 곳, LA 그리피스천문대

미국 LA 여행 1 | 영화 속을 거닐다

by 새벽강
라라랜드는 제 인생 영화예요!

영화 <라라랜드> 북미 포스터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 한 편쯤은 있을까? 술자리에서 젊은 후배가 자신의 인생 영화로 꼽은 작품, 바로 <라라랜드>다.


당시 나는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City of Stars, Another Day of Sun 등 OST로 유명한 뮤지컬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넥타이를 맨 남자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춤을 추고 있는 영화 포스터 장면도 바로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인생 영화로 꼽히는 정도인 줄은 몰랐다.


LA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번 찾아봤다. 영화가 좋았다! 라라랜드(LA LA LAND)라는 제목도 'LA'를 두 번 반복해 만든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영화는 그 별들의 도시에서 젊은 남녀가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렸다. 그리고 영화에는 LA의 여러 명소가 나왔다. 영화에 나온 이후로 그 명소들은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그중에 내가 이미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 장소는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배경이었는데, 천문대였다.


그 천문대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아델의 유튜브 공연 실황에서 처음 보았다. 몇 해 전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을 검색하다가 이 공연실황을 보게 되었다.


Adele - Rolling In The Deep(Live One Night Only)

https://www.youtube.com/watch?v=dXYefg1ZM5w&list=RDdXYefg1ZM5w&start_radio=1

그리피스천문대 아델공연 유튜브 캡쳐.jpg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열린 아델의 공연(Live One Night Only)_위의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공연 영상이 훌륭하고, 배경도 아주 멋있었다. 돔이 세 개 있는 건물 앞에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건물 벽에는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에 맞추어 커다란 파도가 출렁이는 미디어아트가 건물 벽면에 비쳤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을 보며 이곳의 위치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가 LA였구나! <라라랜드> 속에서 이곳은 매우 낭만적인 장소였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두 사람이 밤에 갑자기 방문한 곳. 그곳에서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가 탄생한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하늘로 날아올라 춤을 추고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니치 No! 그리피스 천문대!

오늘 바로 그곳 그리피스 천문대에 간다. 런던의 그리니치천문대와 이름이 비슷해 종종 헷갈리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곳이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광산업으로 부를 쌓은 그리피스 대령이 누구나 천문학에 접할 수 있도록 LA시에 기금을 기부하여 1935년에 문을 연 곳이다.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찾는 명소로, 일몰 풍경과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그리피스공원을 향해 언덕길을 올라간다.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여행 온 사람도 있지만, 현지인들은 그리피스천문대로 운동하러 가는 분위기다. 아름다운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 여느 대도시처럼 로스앤젤레스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참 다른데, 특히 빈부격차가 크게 느껴진다.

주차장에 내리니 넓은 잔디 광장 가운데에 천문학자 기념비가 하얗게 빛을 반사하고 있다. 기념비에는 여섯 명의 천문학자가 손을 모으고 서 있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적 있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이 보인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은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인 히파르코스, 행성 운동의 법칙을 발견한 케플러, 천왕성을 발견한 허셜이라고 한다.


푸코와 테슬라

잔디광장을 지나 크고 멋진 정문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면 중앙홀에 '푸코의 진자'라는 큰 추가 매달려 있다. 지구의 자전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신기한 추! 멍하니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서 있는 땅이 아주 천천히 돌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추가 매달려 있는 천정의 멋진 벽화도 문과 출신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피스천문데 푸코 천정.jpg
그리피스천문대 푸코의 진자.jpg
천문대 중앙홀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푸코의 진자 벽화와 추


라라랜드를 보고 나서 꼭 가고 싶은 곳 중에 하나는 두 주인공이 은하수 사이를 춤을 추며 날아가던 장면이 촬영된 천체 투영관이다. '사무엘 오스틴 플라네타륨'이라 불리는 이 천체 투영관에는 천정에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의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숨죽이고 바라보던 내가, 바로 그 장소에 서 있다니. 'City of Stars'의 멜로디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테슬라 코일'이라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전기차 회사 테슬라랑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 테슬라 코일은 19세기말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발명품이고,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그의 이름을 존경하는 의미로 가져다 쓴 거라고.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니! 뿐만 아니라 19세기 발명가의 이름을 딴 이 코일이 아직도 이곳에서 번개 쇼를 보여준다는 게 흥미롭다.


라라랜드 최고의 전망대

"이제 옥상으로 가 볼까요?"

천문학 전시관을 빠르게 지나쳐 다시 밖으로 나온다. 바로 천문대 옥상에서 LA 전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천문대 옥상으로 가는 계단은 건물 바깥쪽에 있다.

옥상에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도심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대도시의 풍경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멀리 할리우드 사인도 보인다. 옥상에서 일행들과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이토록 멋진 낮 풍경이라면 야경은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다. 하절기라 해 지는 시간이 아직 한참 멀어 야경을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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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LA 도시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해 주는 그리피스 천문대 옥상
LA_그리피스천문대와 시내전경.jpg 이 멋진 풍경은 밤에 더 아름답게 빛난다


나오다 보니 잔디광장 한편에는 제임스 딘 흉상도 있다. 할리우드 사인이 보이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제임스 딘 흉상은 제임스 딘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의 여러 장면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제 그만 버스에 타라고 한다. 아쉽지만 제임스 딘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한식을 만나러 코리아타운으로 향한다.


그리피스 천문대, 195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이 반항의 상징으로 스크린에 섰던 곳이자, 2010년대 청춘의 꿈과 사랑이 담긴 <라라랜드>의 배경이 된 곳이라니. 시대를 넘어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왔으니 나도 새로운 꿈을 꾸어도 될까?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온 나는 이제 어떤 꿈을 꾸어 볼까?




LA_그리피스천문대_독사진.jpg 할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옥상에서 일행분이 찍어 준 사진. 사진에는 할리우드 사인이 흐리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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