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먹먹한 침묵은 길지 않았다. 곧 공기가 얇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묵직하고 차가웠던 공기가 점차 탁하고 답답하게 변해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이내 불안한 속삭임으로, 그리고 다시 날카로운 비명으로 바뀌었다. "숨이... 숨을 못 쉬겠어!" "산소! 산소는 어디 있나요?" 누군가 외치자 공포는 순식간에 전염병처럼 번졌다. 나는 작은 몸을 웅크린 채 아버지의 옷자락을 꽉 붙들었다.
아버지는 정우와 함께 루멘 코어 앞에서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어는 묵묵부답이었다. 푸른빛은 희미하게 깜빡일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정우! 뭐가 잘못된 거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갈라졌다. 정우는 땀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박사님. 모든 회로가 정상인데... 코어의 반응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이대로라면 30분 안에..." 그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질식할 거라는 말.
아까의 희망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다시금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아버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루멘 코어를 응시했다. 나는 그의 눈에서 혼란과 함께,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종류의 깊은 좌절감을 읽었다. 그가 설계한 '에덴'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가.
그때, 갑자기 코어의 작동 패널에 붉은 경고등이 번뜩였다. 경고등의 불빛은 마치 살아있는 핏방울처럼 섬뜩하게 빛났다. 정우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박사님! 루멘 코어의 핵심 매개체인 '루메나이트'의 순도가 설계치에 미달합니다! 대체 왜...!" "내가... 내가 그걸 간과했었군." 아버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작은 아들이 공포에 질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은 흔들렸다.
그때, 아버지의 눈빛이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번뜩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조각을 꺼내 정우에게 건넸다. "이건... '생체 코어'의 시제품이다. 루메나이트와 함께 사용하면 안정적인 출력을 낼 수 있어. 이건... 오직 나만 아는 기술이었네." 정우는 금속 조각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신기함과 의심, 그리고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얼굴이었다. 그는 왜 박사님이 이 중요한 사실을 자신에게 숨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정우는 재빨리 코어의 보조 장치에 금속 조각을 연결했다.
"제발... 제발!" 무진은 넋을 잃은 채 기도했다. 그 순간, 루멘 코어에서 튀어나오던 푸른빛이 이내 안정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코어가 서서히 숨을 쉬는 것처럼 일렁였다.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홀을 가득 채웠고,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가 우리를 감쌌다.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안도감이 퍼졌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무진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정우는 달랐다. 그는 굳은 얼굴로 코어를 바라보았다. 불안정한 루메나이트와 아버지의 독자적인 기술인 생체 코어가 결합된 새로운 시스템. 이것은... 그가 알던 에덴의 설계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의 마음에 첫 번째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