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기억을 더듬게 하는 매개체는 존재한다.
향기, 음악, 촉감 등 특정 감각 자극이 강렬하게 일어나면 자전적 기억이 되살아나는, 일명 ‘프루스트 효과’가 발현된다. 그러면 금방이라도 내 감각이 가리키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나의 프루스트 효과는 어디에서 발현될까?
나는 비슷한 형태의 공간에서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면, 나는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모든 집이 다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고,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아파트 공화국의 아이답게, 대부분 친구들의 집은 비슷한 평면과 구조의 아파트라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가끔 처음 가보는 주택이나 복층의 공간(어릴 적 로망이었던 비밀스러운 오두막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등 낯설고 특별한 공간은 내 눈을 반짝이게 했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남았다.
모든 아파트의 구조는 다 똑같다고 믿었던 초등학생에게 처음 마주한 친구네 집의 ‘알파룸’ 등장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거실이 없는 주택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닿을 수 있는 놀이방도, 전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집이었지만 내 기억 속에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작년 여름부터 올해 초 겨울까지, 유럽에서 지내며 보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 답으로 나는 ‘누군가의 집’을 떠올렸다. 그들의 생활 습관과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 공간, 어릴 적 새롭고 생경한 공간을 마주했을 때와 닮은 감정, 약간의 어색함과 호기심을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누군가의 집에서 마주했던 그 기억들이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