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꽂이를 그만 둔 이유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어릴때부터 나는 딱히 잘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재능 있는 이들이 늘 부러웠다. 내가 잘 하는 일을 찾는 게 내게 주어진 삶의 숙제 같았다.


난 대체 뭘 잘할 수 있을까? 다들 한 가지 재능은 가지고 태어난다던데 왜 난 없는 거지? 그러다보니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다. 꽃꽂이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다 우연히 문화센터 강좌를 보다가 꽃꽂이 수업을 발견. 나는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회사 출근 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꽃꽂이 수업을 수강하게 된거다. 일주일에 단 하루지만 꽃꽂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테이블 위 바스킷 안에 가득찬 꽃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거의 2년 동안 꽃꽂이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심지어 회사 직원들이 선물한다며 내게 꽃바구니를 주문한 적도 있었다.


꽃꽂이 수업이 끝나면 나는 그 작품을 회사에 가져갔다. 회사 직원에게 건네면 직원은 1층 데스크에 예쁘게 놓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그곳에서도 꽃꽂이 수업이 끝나면 꽃을 직원에게 건넸다. 예전처럼 데스크앞에 꽃을 예쁘게 놓아주었다.


그런데 꽃이 시들 무렵, 직원이 아파서 결근을 한거다. 그래서 내가 시든 꽃을 처리해야했다. 이제 갓 꽂은 꽃은 처음엔 싱그럽고 분위기를 화사하게 해주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꽃은 시들어 쓰레기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그때 알았다. 꽃이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전에는 직원이 알아서 처리했기 때문에 난 그걸 몰랐던 거다. 시든 꽃뿐만 아니라 물을 머금고 있던 초록색 오아시스 스펀지까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 아, 꽃을 그만 꽂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줬던 꽃이 결국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렇게 2년 동안 행복했던 나의 꽃꽂이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난 지금 제주 시골에서 1년 내내 초록한 나무들과 함께 살고 있다.


봄에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새하얀 귤꽃을 보며 행복해하고, 겨울에는 빨간 구슬이 달린 먼나무를 보며 살고 있다. 꺾어서 꽂는 꽃 대신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새롭게 배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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