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원읍 원데이 책방투어

2023년 마지막 책방 행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서귀포 문화도시 센터와 함께 남원읍 원데이 책방투어를 기획하게 되었다. 문화버스를 타고 서귀포 남원에 있는 3개의 책방을 하루에 돌아보는 투어 <105번 문화버스 책방데이 투어> 남원읍편.


서귀포 남원은 관광객이 잘 모르는 곳이다. 화려한 관광지는 없지만, 대한민국 감귤 최대 생산지이자 아름다운 동백마을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않아서 정말 제주다운 제주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과 제주의 일상을 담은 작은 책방들이 있다. 가장 제주다운 계절에 이 제주다운 마을과 동네 책방들을 연결하고 싶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그리고 남원의 숨겨진 매력들도 함께 알리면서.


투어 프로그램은 이렇게 짰다. 오전에 남원 책방 1곳 투어, 중간에 동백숲 걷기와 동백 비빔밥 먹기. 오후에는 두 개의 책방 투어와 감귤따기 체험. 문화버스 105번 버스를 타고 남원을 누빈다. 다행히 SNS에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행사 당일, 남원 하나로 마트 주차장에서 만나 105번 버스에 올랐다. 첫 번째로 키라네 책부엌, 두 번째로 위미 B책방, 마지막으로 위미 L책방. 3개의 책방 모두 책방만이 가진 매력과 자신만의 책방 이야기가 확실하고 의미있는 책방들이었다. 각 책방 사장님이 직접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를 듣는 시간. 같은 남원에 있지만 각자 다른 색깔의 책방들이었다.


동백마을에서 동백숲을 걸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동백 비빔밥이 나왔다. 동백기름을 넣어 만든 비빔밥. 한 손님이 한 숟가락 먹더니 눈이 커졌다. "이게 동백기름이에요? 진짜 고소해요!" 제주에 이런 마을이 있는지 몰랐다는 손님들. 비빔밥 한 그릇에 남원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역시 밥이 맛있으니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정말 다행이었다.


마침 귤이 가득 열린 계절이었다. 귤밭 사장님으로부터 귤가위를 하나씩 받고 귤을 어떻게 따는지 설명을 들었다. 자자, 이제 각자 귤따기 시작! 비닐 봉지에 가득 따서 각자 가져가기.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귤이 맛있는 귤인지 귤밭 삼춘들에게 배운 걸 알려드렸다. 귤을 따면서 하나씩 먹어보기도 하면서.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손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방문했던 곳 모두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너무 좋았던 투어였어요!! 정말 저만 알기 아까울 정도로요. ㅎㅎㅎ(열심히 소문내고 다닐게요~) 하나부터 열까지 진심으로 다정하게 옆에서 챙겨주시고 투어 안내해주시는 모습에 정말 수시로 감동받았어요.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봬요~"


키라네 책부엌에서 시작해, 남원의 책방들을 연결하고, 동백마을과 귤밭까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책방들이 함께했고, 마을이 함께했고, 손님들이 함께했다. <105번 문화버스 책방데이 투어>는 그렇게 남원이라는 작은 마을의 숨겨진 보석들을 세상에 알리는 시간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 책방 사장 혼자 시작했던 작은 프로그램들이 거미줄마냥 점점 확장되어, 마지막엔 책방들과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투어로 지난 5년간의 책방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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