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순간, 흐르는 시간
도망치던 그날,
나는 너에게 울고불며 애원했다.
제발, 놓아달라고.
이젠 멈춰달라고.
하지만 너는 아무 말도 없이
냉정하게, 그리고 잔인할 만큼 조용히
나를 끌고 갔지.
마치 모든 감정을 지워버린 듯,
너는 침묵으로 나를 짓눌렀고
나는 저항할 힘조차 잃은 채
어디론가 질질 끌려갔다.
그날 나는,
나 자신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몸은 끌려가고, 마음은 찢겨나갔다.
다시는 나를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그 감정 속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그날은 지나갔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고,
사람들은 그저 살아간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 자리에 멈춘 채
아직도 끌려가고 있다.
지나간 줄 알았던 시간 속에서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반복한다.
내가 울던 얼굴,
너의 침묵,
그리고
무언가 끝났던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