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워킹홀리데이 그거 왜 가?

낭만이지. 별 이유 있나.

by 히읏시옷

“내년에 나 워홀 가. “

여름 이맘쯤이었던 것 같다.

집 안의 모든 창은 열려 있었고 매미와 각종 벌레들이 울던 저녁에 앞뒤 자초지종 없이 저질러버렸다.


휴학까지 한 터라 남들보다 졸업은 늦어져있었고 학교는 한 학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안 그래도 비싼 사립 대학의 등록금을 모두 내준 부모님께는 얼마나 청전벽력 같은 소리였을까.


집 나가 산 적도 없는, 자기 밥은 해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애가 갑자기 그런 말을 내뱉을 줄이야 상상이나 했을까?


사실 말하는 순간까지도 나에게도 확신이 없었다.




처음은 영화였다.

세상을 구하는 어벤저스 액션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잔잔한 가족이야기 좋았고 미워만 할 수도 사랑만 할 수도 없는 사람 냄새나는 영화들이 좋았다.


어느샌가 웬만한 일본영화들을 보고 또보며 그들이 어떤 말들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언어에 재미를 붙였다.


신기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그걸 계기로 본격적으로 문법과 단어들을 공부한 건 2022년 8월이었다.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는 정말 하루 종일 일본어를 달고 살았다. 샤워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이동할 때도 무조건 듣고 보고 말했다.


그렇게 반년쯤 공부했을까. 내 실력을 검증하고 싶어 후쿠오카로 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현지에서 얼마나 알아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너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주 짧은 일박이일 여행을 계획했다.

비행기에서부터 너무나 심장이 두근거려서 터지는 거 아닐까 스스로도 걱정될 정도였다.


공항에 들어선 순간 ‘와, 들린다.‘라는 생각과 성취감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재미있다고 느낀 일에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니 도파민이 터져 욕심이 생겨버렸다.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언어에 대한 욕심을 한가득 담아 돌아왔다.




꿈을 꾼 것처럼 돌아와서 마주한건 답답하게 마음을 꾹 누르는 현실들이었다.


‘남들보다 늦어진 졸업과 취업’

‘적성에 맞지 않던 전공’


사회에서 일 인분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괴롭힐 때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토익공부를 하면서도 금세 집중력을 잃고 워홀 관련 정보를 모으고 일본어능력시험을 준비하고 비자 서류 준비들을 했다.


그렇게 23년 여름, 서있어도 땀이 그냥 뻘뻘 나던 날.

‘워킹홀리데이의 합격을 축하합니다. 일 년 내에 입국 가능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기쁘기도 두렵기도 서운하기도 한 복잡한 감정이었다.


내 노력에 보상받아 기쁘고

타지도 아닌 타국으로 떠나려니 두렵고

혼자 가려니 너무 서운했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의 나’를 위해 처음으로 도전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보다 성적을 위한 고등학교로

고등학생 때는 적성보다는 취업률을 위한 대학교로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위한 회사로


더 이상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그냥저냥 흐르는 상황에 맞춰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에 나를 던진 것.

온전히 타인과 사회의 시선을 배제하고 나만의 선택을 한 것. 그걸 경험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뿌듯했다.




그렇게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벚꽃이 지는 계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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