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찾아 가는 길, 서천꽃밭

by 임경주


그대로 입니다

그대로네요

현관 신발

주방의 도마 접시 밥그릇 국그릇

우리 함께 밥 먹었던 수저 젓가락

당신 소주잔

욕실의 컵 칫솔 수건

당신 면도기

베란다 건조대

당신 옷

소파 쿠션베개 침대 위 사진 속 당신의 미소

당신이 덮었던 겨울이불에 베개까지

그대로에요

하나도 치우지 않았어요

당신 찾아가는 길, 서천꽃밭

얼마나 걸릴까요?

한 천년 걸릴까요?

당신 찾아가는 길, 서천꽃밭

기다리겠다고 했죠? 꼭 기다려야 해요

가시밭길 5백년

용암 불길 5백년이라도 찾아 가겠어요

당신 찾아가는 길, 서천꽃밭 ​

뼈살이 꽃, 살살이 꽃

아름드리 가득 따두세요

당신 찾아 헤매느라 찢겨나간 살

부러지고 없어진 뼈

뜯겨나간 손톱 발톱

꽃 즙내어 고이 발라 줄 거죠?

당신 찾아가는 길, 서천꽃밭 ​

여기 하루도 천년에 닿네요

도착하면 당신 라이터에 천년의 불을 담아 켤게요

내가 당신을 찾지 못해도 당신이 날 찾아낼 테니

아!

당신이 말했죠

우수개 소리로

영화처럼 다시 살아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과 나

하늘이 허락해

주어진 시간 단 한 시간

오직 단 하나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여보가 해주는 밥 얻어먹고 다시 돌아갈 거라고


당신 찾아가는 길, 서천꽃밭 ​

우리 꼭 다시 만나

서천꽃밭에서

밥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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