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돌아온 날

by KH

타고난 성격이 예민했기에, 가벼운 실수나 놀림같은 것을 하나도 그냥 넘기지 못했던 나란 아이는 자주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그날의 눈물로 얻고 싶었던 것은 대개 사과나 나를 다르게 바라봐줄 것이라는 메시지였겠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나에게 닥치는건 언제나 더 강한 조소와 무시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을 겪은 것이지만, 그날의 나는 이를 이해하기에 너무 부족했고, 결국 살펴보기 어려운 마음 어딘가에 상처가 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 상처와 함께 빛의 길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더없이 딱딱하고 강한, 생채기를 내는 것조차 불가능한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이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고, 이를 전혀 경계하지 않으며 수년의 시간을 보냈는데, 여기에서 바로잡았더라면 오늘이 수 배는 행복했으리라.


그렇게 나이를 먹은 나는 눈물을 거의 말리는 데 성공했다. 남들이 슬프게 여기는 책 구절, 영화의 장면, 세상의 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생체 기계와 다를 바 없는 존재. 하지만 이를 내심 단단한 사람의 특징이라 여겼고, 이는 나의 영원한 치부일 것이다.


스스로 내 감정선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는 눈물을 꺼내야 정리되는 생각, 마음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흘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동시에 인지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나를 엄습한 감정은 극도의 허전함과 두려움이었다. 분명 원하던 모습으로 거듭났지만, 마음을 어루만지고 가꾸는 일이 어려워지고 말았기 때문에 그러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삶은 점차 고단해졌다. 늘어가는 고민과 비밀은 곧 내면에 대한 더 무거운 공격을 의미했다. 그리고 튕겨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의미를 잃었다. 보낼 곳이 없는 화살의 운명은 돌아오는 것뿐이니까. 근거 없는 상실감과 열등감에 익숙해졌고, 지나온 시간 속의 나를 미워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어갔다.


지난주 초반까지도 별다른 전환점은 없었다. 몇 해 전의 10월에 느꼈던 두려움과 상실감, 허전함을 떠올리며 나의 실패에 열심히 서사를 부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잿빛 하늘로 물든 수확의 계절은 매 순간이 어두운 비수였고, 우울감 속에서 겨울만이 전할 수 있는 차가운 바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버스 안에서 평소 즐겨 듣던 사랑 노래 하나를 무의식적으로 재생하게 되었고, 인생까지 아우르는 가사 내용과 절절한 반주에 심취하던 중, 갑자기 여러 승객들의 모습이 갑자기 내 눈에 매우 뚜렷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 사람들이 걸어왔을 길을 무의식적으로 그려보게 되었는데, 산만한 성격 탓에 너무 복잡한 그림을 그리고 말았다. 순수했을 사랑, 두려웠을 과거의 세상, 가족에 대한 마음, 인연을 대하는 자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비밀스러운 추억. 아무리 많은 글자를 할애해도 내가 무엇을 그렸는지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은 노래가 절정에 이르렀을 시점에 얼추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눈가의 신경은 잊고 있었던 촉촉한 기운을 뇌수에 흐르게 만들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반가웠다. 겉으로는 차가웠을지언정, 나는 눈물이 돌아오는 날을 무의식적으로 기다려온 것이었다. 그날 밤, 마음의 그림을 마저 완성하면서 많은 회포를 풀었다.


모든 것을 떨쳐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잃어버린 힘을 되찾았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었기 때문. 변덕스럽고 어두웠던 이 가을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선사하고 기울어간다. 다가올 시간의 무게는 알 수 없지만, 나를 건강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날을 억지로 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저 맡기기만 해도 행복한 시간이 함께하기를.


-2025.10.2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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