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옳음을 인정하라

2019.11.25

by conair

‘내게 옳음이 있으면 남에게도 옳음이 있음을 인정하라’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이다. 살아가다 보면 논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논쟁을 시작하면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기려고 노력한다. 불확실한 억지 근거를 들이대기도 하고 상대방의 일리 있는 주장을 억지주장이라 폄훼하기도 한다. 그러나 논쟁에서 승자는 없다. 논쟁에서 이겨 우쭐해하며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상대의 마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많다.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심을 구긴 상대방은 당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할 것이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3학년 부장에게 11월 말이 되어가니 3학년 선생님들에게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도록 당부를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고입성적산출이 끝나고 시간이 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오전은 외부강사들이 와서 중3 전환기 진로지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공강 시간이 생겼고 이 시간을 이용해 당장 작성이 가능한 행동발달상황이나 과목별 세부특기사항들을 기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부 정정이 너무 많아 올해는 예년과 달리 방학 전에 담임 간 교차점검과 교무부 점검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3학년 부장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지금은 학생부를 작성할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황하게 큰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해서 나도 나의 주장을 몇 마디 하였지만 외견상 나의 패배였다. 기분이 상했다. 며칠간 ‘어떻게 해야 내가 논쟁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내 마음은 몰라주고 여러 사람 앞에서 관리자에게 반기를 드는 듯이 행동하다니!’ 등의 생각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 후에도 3학년 부장은 자신의 주장이 옳고 나의 생각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 또한 나의 옳음을 확신해 가며 마음을 상해하고 있었다.


‘사람을 얻는 30가지 작은 습관, 카네기 인간관계 리더십’ 연수 중 ‘논쟁을 피하라’ 부분을 들으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3학년 부장의 옳음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첫 째, 어제 막 고입성적산출을 마감하고 보고를 해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는데 다음 날 바로 학생부 기록을 하라고 하다니 너무 쉴 틈을 주지 않는 것 아닌가? 둘째, 3학년 회식 일정을 잡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중인데 불쑥 와서 학생부 기록 이야기를 해서 좋은 분위기를 깨다니? 셋째, 지금은 고입 원서 상담과 접수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학생부 작성이 손에 잡히겠는가?

남의 옳음을 인정하는 일은 실상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부처와 보살의 경지에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상대의 옳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연기의 입장에서 보면 남의 옳음이 있으므로 나의 옳음이 있을 수 있다.


10년을 똑같은 방법으로 교직생활을 한 사람은 1년 교직생활을 한 사람과 같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고 경험에서 다시 배우고 수정하고 적용해야 한다. 기본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해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반복해서는 배우는 것이 없다. 힘들지만 시간을 내서 배워야 한다. 연수를 듣고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워야 한다. 한 번 배우면서 충격을 받고 감동을 받았다고 해서 배움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우리의 마음은 유리와 같아서 언제든지 먼지가 쌓이게 된다. 끊임없이 충격과 감동의 순간과 직면해 마음의 때를 닦아내야 한다. 비합리적인 신념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도록 오늘도 새로움과 마주하며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전쟁에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이 세상에서 단 한 가지다. 그것은 토론을 피하는 것이다. 방울뱀이나 지진을 피하는 것처럼 토론을 피하는 것이다.’-데일 카네기

‘만일 당신이 사람들에게 따지고 상처를 주고 반박을 한다면 때때로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승리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결코 상대방으로부터 호의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우리는 아무런 저항이나 감정 없이 스스로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만일 다른 누군가 우리의 잘못을 지적하기라도 하면 몹시 분개하며 고집을 부린다. 우리는 믿음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놀라울 만큼 경솔하지만, 누군가 우리의 믿음을 빼앗아 가려할 때에는 그 믿음에 쓸데없이 집착하게 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 생각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 도전받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 제임스 하비 로빈슨 교수의 명저 「정신의 발달 과정」


‘사람을 얻는 30가지 작은 습관, 카네기 인간관계 리더십’ 연수를 듣지 않았다면 이러한 주옥같은 명언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며칠간 심란하고 불편했던 마음에 고요와 평정이 깃들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3학년 부장의 얼굴을 즐겁게 마주 볼 수 있겠는가.


‘상대와 의견차이가 생기는 상황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자연적으로 취하는 반응은 자신을 변호하는 태도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강사가, 맨 처음 본능이 아닌, 침묵을 지키면서 실천해야 할 것으로 제시하는 것은 다음 여섯 가지다.


하나, 우리의 첫 반응을 한발 뒤로 물린 다음 생각해 보세요.

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 보세요.

셋,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제공해 보세요.

넷, 이해의 다리를 만들도록 노력해 보세요.

다섯, 상대방의 생각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세요.

여섯, 상대방이 관심을 가져주는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해 보세요.


자신의 행동을 잠시 뒤로 미루고 문제를 철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고 제시하는 것은 다음 여덟 가지다.

하나, 상대방의 어떤 점이 옳은가?

둘, 그들이 취한 입장이나 주장이 진실한가?

셋, 그 주장들에 좋은 점이 담겨 있는가?

넷, 내 행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다섯,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게 될까?

여섯, 내가 취한 행동 때문에 상대방과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곱, 나는 이길까, 아니면 지게 될까?

여덟, 이기게 된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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