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내가 리더로 존재했다는 증거

어느 날 나는 골프장에서 이상한 눈빛을 하나 마주쳤다.

멋진 스윙, 고급 클럽, 명문 회원권.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눈은 텅 비어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눈빛은, 아무것도 쌓지 않고 얻은 사람의 눈빛이다.’


그가 가진 것들은 분명 크고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이미 주어진 것들이었다.

어떤 싸움도, 어떤 두려움도 지나오지 않고

그냥 손에 쥐어진 영광.

그래서 기쁨도, 보람도, 감동도 없었다.

허무는 그렇게 찾아온다.

가진 것이 너무 많지만, 자기 것이 하나도 없을 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나는 나만의 무게로, 나만의 결로,

남들이 쉽게 쌓을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그때부터 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레를 하며 거울 앞에서 나를 견디고,

승마를 하며 보이지 않는 감각을 단련하고,

주짓수에서 힘을 빼는 법을 익히고,

클라이밍에서 떨어지는 방법을 배웠다.

골프에선 내려놓음의 타이밍을,

캠핑에선 불편을 감내하는 여백을 배웠다.


내가 훈련한 건 단지 기술이 아니었다.

나는 존재의 결을 바꾸고 있었다.

무거운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어깨,

작은 흔들림도 감지할 수 있는 감각,

견디는 시간 속에서 생겨나는 나만의 무늬.



리더가 된다는 건,

무언가를 가지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감당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알게 되었다.


성공한 척하지 않아도 되고

멋져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땀 흘려 쌓은 것,

내가 반복해서 길어올린 감정,

내가 말없이 감내한 순간들,

그게 나를 리더로 만들어주었다.



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 눈빛을 떠올린다.

그날 골프장에서 마주친,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한 사람.


그 눈빛이 내게 준 것은 반면교사였다.

그 허무를 마주한 덕분에

나는 나의 시간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질문하고, 움직이고, 실패하고, 반복하면서

내 감각을 단단히 붙잡아두는 시간.


그 시간들이

내가 리더로 존재했다는 증거다.



나는 이제 안다.

존재란, 흔들림을 감내한 시간의 두께로 완성된다는 것을.

리더십이란,

빛나는 한 방이 아니라

끝끝내 자리를 지킨 자의 리듬이라는 것을.


지금까지의 글은 그 시간의 기록이다.

나는 나의 리더십을, 감각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이제 나의 언어가 되었다.



지금까지 [스펙없이 대기업 임원 리드해봤니] 의 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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