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두부 한상

겨울 부엌에 피어난 보드레한 온기

by Mr Godot

집 앞 들녘과 뒷산 능선도 새하얀 솜이불을 덮고, 매서운 추위에 한층 몸을 웅크린다.
그 고요한 겨울이면,

어머니의 손길에도 묘한 여유가 묻어났다.

밭에서 타작한 콩을 아랫목의 소반 위에 올려놓고, 알알이 골라내는 일을 손수 하셨다.
따뜻한 방 안에서,

어머니의 손끝은 마치 작은 별을 하나씩 집어내듯 고요히 콩알을 가려냈다.

골라낸 콩은 맷돌에 곱게 갈려, 우유빛 콩물이 되었다.
그런 날 아침이면,

어머니의 손끝에는 농번기의 분주함이

다시 깨어난 듯했다.

새벽 어스름 속,

어머니는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장작을 조심스레 밀어 넣고, 불씨를 살렸다.
장작 타는 냄새가 부엌에 은근히 번지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겨울 공기를 밀어냈다.

이불 속까지 스며드는 콩물의 구수한 향이 나를 깨웠다.
아, 오늘 아침은 모두부 한접시와 순두부 한그릇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찬물에 새수를 하고 나서, 불길이 춤추듯 타오르는 아궁이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옆에서 나는 종종 어머니가 쥔 모시자루의 한쪽 끝을 잡아주곤 했다.
두 손이 작아 힘은 보태지 못했지만,

자루 너머로 전해오는 뜨거운 온기와 콩 냄새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누런 모시자루 속에서 스며 나온 고운 콩물은 다시 끓여지고, 그 위에 간수가 흩어 뿌려졌다.
그러면 흰 구름처럼 몽글몽글, 보드레한 두부가 부풀어 올라, 부엌 안은 온통 따뜻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날 아침은 그 보드레한 두부 한 상으로 풍요롭고 여유로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하루였다.

두부는 지금도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아내는 냉장고에 두부가 모자라는 일이 없게 한다.

김치찌개에도, 된장찌개에도 넣고, 특별한 날이면 두부조림과 두부부침을 해 준다.

이제는 어머니의 새벽 손두부 대신,

새벽배송 박스 속에 놓인 하얀 두부 한모를 본다.
그러면 아궁이 앞의 어머니의 뒷모습이 어쩐지 가까이 다가온다.

오늘은, 그 하얀 온기가 유난히 그립다.

어머니에게 전화 한통 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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