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Dough, 나의 제빵 수행기

반죽과 기다림으로 익혀가는 인생의 한 조각

by Mr Godot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싶어질 때가 있다.
그것이 그림이든, 글이든, 혹은 빵이든.


코로나로 세상이 멈췄던 그 시절,
나에게 그 ‘무언가’는 바로 빵이었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들어보고 싶어서.
내 손으로 구운 따뜻한 무언가가 주는 위로를
그때 나는 막연히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하나둘씩 제빵 재료와 도구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밀가루와 버터, 계량저울, 거품기, 발효 바구니, 그리고 오븐까지.
평소 취미에 큰돈을 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빵이라는 세계는 달랐다.
종류마다, 모양마다 달라지는 재료와 도구들이 나를 깊이 끌어들였다.


그렇다고 멋진 결과가 곧장 따라온 건 아니다.

나는 베이킹 카페에 가입해,
All Dough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뜻은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반죽 중이다.
빵도, 나도, 인생도.


고수님들의 황금 레시피를 따라 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수련이 부족한 탓인지
지금도 만들 때마다 질감과 맛은 제각각이다.
어느 날은 퍽퍽하고, 어느 날은 눅눅하다.
요즘은 솔직히, 남이 만든 빵이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또 무엇이 부족하고 지나쳤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수행’이라 부르기로 했다.
수도승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반죽을 하고,
오븐 앞에서 묵묵히 기다린다.


반죽이 1차 발효되기를 기다리고,
다시 2차 발효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오븐의 온도가 적정 수준이 되기를 기다리다,
반죽을 넣고 또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건, 반죽을 믿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길 바라며
마음의 속도를 낮추는 시간.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반죽과 빵이라는 녀석은 우리의 인생처럼 까탈스럽다.
온도와 습도, 시간과 마음이 조금만 어긋나도
성장은 멈추고, 기대는 안에서부터 터져버린다.
그러니 삶도, 빵도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
섣부른 온기로는 부풀지 않고,
서두른 열정으로는 쉽게 터져버리니까.


생각보다 예민하고, 기대보다 솔직하며,
한 번 틀어진 흐름은 다시 돌리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더 조심스럽게,
마치 내 삶을 반죽하듯, 다루게 된다.


맛보다 마음,
완성도보다 여운,
그리고 무엇보다 기다림.


내가 만드는 빵은,
어쩌면 그런 종류의 위로인지도 모른다.
부풀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덜 구워져도 충분히 괜찮은 나 자신을
매번 되새기게 해주는 작은 반죽 하나.


All Dough.
아직 덜 되었지만,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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