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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Jan 29. 2017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달리기 찬가 #3. 무리하면 다친다

글 쓰는 일을 하지만, 퇴근 후엔 몸 쓰는 일을 즐기는 직장인. 대학생이던 2012년 무렵부터 취미로 러닝을 즐기고 있다. 이런저런 운동에 손을 댔지만, 결국 러닝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뛸 때마다 잡스런 생각을 하다 보니 러닝을 하며 가장 튼튼해진 건 마음. 달리며 얻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한다.


  세상 일 중에서 운동만큼이나 정직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는 만큼 건강해지고,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보인다. '노오력'이 허상이 된 2017년 대한민국에서 운동으로 위안을 찾는 이들이 느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은 정직하다.


이 명제는, 반대로 조금만 무리하면 이상신호가 온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약간의 선을 넘는 것만으로도 부상이 온다.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고, 부상은 쉽게 온다. 그리고 한 번 오면 연달아 온다. 오늘은 부상 이야기를 풀어본다.


  



  러닝에 시즌이 없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야외 운동이 그렇듯 4월~10월 정도가 한창이다. 달리기 커뮤니티가 가장 활성화되고, 주로에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시즌 초반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전체 시즌을 결정한다. 


필자는 지난해 시즌 초반 한차례 부상으로 시즌 중반을 고통스럽게 보냈고, 시즌 막바지에는 수술을 받으며 몇 달이나 쉬어야 했다. 시즌 초반, 그것도 '딱 하루'의 선택이 7개월이 넘는 시간을 바꿨다. 이만한 나비효과가 또 있을까.


돌아보면 이랬다. 2014년 대학 졸업과 함께 마라톤 동아리 활동을 멈췄다. 이후 2년 가까이 신지 않았던 러닝화를 다시 신게 된 것이 지난해 5월쯤. 동호회에 가입했고 첫 모임에 나가 7km 정도를 달렸다. (숨이 차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달리기가 주는 쾌감은 예전과 같았다.


다음날은 혼자 한강으로 나섰다.  여의도공원을 시작으로 잠수교(반포대교)를 건너고, 마포대교를 건너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는 17km 코스를 달렸다. 전날 달려보니 달릴 만했고, 그동안 달려온 경력이 있으니 '이쯤이야'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무리 없이 완주했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종아리에는 심한 무리가 갔고, 경미한 근육 파열이 왔다. 한 달 정도를 쉬고 다시 달리기에 나섰지만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달릴 때마다 오른쪽 종아리가 뻐근한 것이 쿡쿡 찌르는 느낌이 왔다.


그럼에도 절뚝이면서 그냥 달렸다. 신기한 것이 3km 정도만 달리면 통증이 사라지면서 예전처럼 달릴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달리면 안 돼'라고 신호를 보내던 종아리의 근육이 계속 달리다 보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셈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대회를 소화하고는 9월이 되어서는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어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비복근 근육 파열과 출혈.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2개월 넘게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늦어도 시즌이 11월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시즌 아웃'. 2달가량 쉬어주며 마사지를 한 덕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다리로 11월 대회에 출전할 수 있기는 했다.


시즌 아웃 : 부상 등의 이유로 남은 시즌을 출장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 스포츠 용어

  

 러닝에서 부상이 무서운 것은 부상 부위의 통증보다도, 통증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 중에 자세가 뒤틀린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오른쪽 종아리 통증이 있었던 탓에 나도 모르는 새 왼쪽 다리에 좀 더 힘을 싣게 되고, 결국은 절뚝거리는 자세로 달리기를 이어왔다.


결과는? 왼쪽 무릎에, 그리고 오른쪽은 발목에 무리가 가게 되고 연이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하루의 실수. 혹은 달리는 도중 '아 조금만 무리하자'하는 찰나의 생각이 1년을 바꾸고. 달리는 자세마저 바꾼다는 사실. 


문득 세상 일이 다 그렇다는 생각이다. 사소한 방심이 일상을 뒤흔들고, 삶의 궤적을 바꾼다. 


당장 하루하루의 일에서도 그렇다. (웹툰 따위에 몰두하다가) 늦게 잠들면,  다음날 피곤이 몰려오고, 업무 성과가 떨어지고, 또다시 야근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어쩌면 조금 재미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선을 지키며 사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선'이라는 것을 차츰 높여가면 된다. 달리기에서도, 내 삶에서도.


이렇게 운동에서 또 하나 배워간다.


(끝)



Tip.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 혹은 오랫동안 쉬었다가 복귀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달리기로 마음먹었더라도 2~3일 정도는 바로 달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1km~2km를 완주한다

이후에는 1~2주 정도 몸 상태를 봐 가며 3km 정도씩만 달리며 종아리와 허벅지에 기초 근육을 형성될 시간을 준다.

이후에는 차차 거리를 늘려간다. 운동 전, 후, 특히 운동 직후 마사지와 스트레칭은 필수.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자. 부상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것만큼이나 미련한 것은 없다.

(美 러닝 전문잡지 '러너스 월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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