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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Sep 14. 2023

광수는 대체 왜 그랬을까

나솔 16기로 배우는 인간관계 레슨

나솔 16기 돌싱특집이 장안의 화제라고 한다. 이전 기수 방송분을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주변에서도 나솔 이야기를 부쩍 더 많이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런가 싶다.


사랑 싸움보다 재밌는 사람 싸움


화제성의 중심에 광수가 있다. 매너 좋고 센스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인 줄만 알았던 그가 영철, 영숙을 오가며 진실 공방을 벌였고 솔로나라를 쑥대밭을 만들었다. 갈등과 대립의 온도가 무척 뜨겁다.


사랑을 찾으러 와서는 진실을 찾느라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진 출연진. 거의 [그것이 알고 싶다]급의 교차 편집으로 과거와 현재를 섞어서 보여주느라 바쁜 제작진. 그리고 그걸 남의 일처럼 바라보는 시청자들.


이 와중에 나는 나솔 16기를 보며 되새겨야 할 인간관계의 교훈을 정리해봤다.


광수형, 대체 왜 그랬어…


1. 사람 있는 곳에 정치 있다 - 현실의 축소판 솔로나라


나는 나솔 16기의 상황이 특정 출연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벌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옮기며 생기는 오해와 갈등은 인간 사회에선 늘 있어왔다. 다시 말해, 저런 아수라가 디폴트 값이라고 인지하면 된다.


사람 있는 곳에 말이 생겨나고 말이 있는 곳에 정치가 있다. 그걸 부정해선 안 되고 혐오해선 더더욱 안 된다. 이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기본 조건이자 대전제이다. 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2. 줏대 있게 살기란 어렵다 - 번민하는 광수


나솔 16기의 출연진이 특별히 모나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비슷한 상황에 몰리면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남의 말 듣지 않고,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소신대로 살아가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 맞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3.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 - 희망의 옥순


이 상황 속에서 홀로 빛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옥순이다. 거기서 희망의 본보기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시작은 바로 남 이야기를 부러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자기 이야기를 할 때도 솔직하고 당당하게 앞과 뒤가 다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옥순을 보라!


4. 남 일에 관심을 끄자 - 타산지석의 영철과 영숙


영철과 영숙의 숨은 목적이 무엇일지 알 수 없지만 (또렷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남 일을 자신이 아주 잘 안다는 투로 이런 저런 말을 얹으면 결국 이런 사달이 나는 것이다.


그게 좋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불러온 결과 때문이 아니다. 그냥 그 말을 내뱉었던 본인 속이 제일 시끄러워지기 때문이다. 도리어 성을 내거나 옹색해지고 쭈글해진다. 스스로의 삶을 귀찮고 힘들 게 만든다.


5. 어설픈 동조가 갈등을 키운다 - 영호, 영자, 순자


버퍼가 있으면 완충이 될 줄 알았는데 왠걸 도리어 증폭이 된다. 어설픈 추론에 동조해주고 감정적 동요에 공명해주면 이렇게 된다. 본인들이야 무언가 위로와 공감을 해주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론 갈등을 키웠다.


교훈은 같다. 모르는 일엔 말을 아낀다. 차라리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인 것은 알겠지만 갈등 해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6. 직언은 위태롭지만 강력하다 - 진격의 상철


아쉬울 게 없어 보이는 상철의 홀로 도도한 입바른 말은 보며 속은 시원했지만,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옛날 조선에도 왕이 옳은 말 하는 똑똑한 신하를 미워했고 별별 구실로 옭아매서 날려버렸다지 않는가.


피하고 숨으라는 말이 아니고 때와 장소를 고려해야 정타를 날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신하들이 왕을 상대로 반정을 성공시켰듯이.


7. 필요한 말이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 정숙처럼


이번 나솔 16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출연자는 단연 정숙이었다. 편집의 힘일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말을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했다.


정숙의 모범적인 처신과 언행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나솔 16기는 충분히 시청할 가치가 있을 정도였다.


8. 남 탓 할 시간에 나 자신 돌아보기 - 다시, 광수


초지일관 일편단심일 것 같던 광수는 왜 그렇게 옥순을 닥달하듯 수시로 1:1로 만나며 지금 옥순의 마음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했을까. 그게 정말 영철과 영숙의 말 때문이었을까.


사람은 본디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들린다. 다시 말하면 광수는 애초에 흔들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자유 연애의 세상, 솔로나라에 와서 다양한 여성 출연자들을 만나볼 구실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직접 옥순에게 물어보는 길을 피하고 섣부르고 위험한 결론으로 돌진했던 게 아니었을까.


영철과 영숙이 합작하여 광수를 바보 만든 게 아니었다. 영철과 영숙의 말이 텅 비어있는데, 거기서 무언가를 취하려한 귀책은 광수 자신에게 있었다. 뒤늦게 영철과 영숙을 탓하고 책임을 추궁해봐야 무엇이 달라질까. 순자를 선택해서 재밌게 데이트를 했으면 그만이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진행자들의 말처럼 나는 솔로 출연진들은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 왜냐면 시청자들인 우리도 그들에 비해 딱히 더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찾으러 왔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전국민이 주목하는 사회실험의 실험대상이 된 그들에겐 정말이지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 마지막 방송에선 출연진 모두가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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