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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Jan 12. 2024

총총이의 1학년: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제로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총총이의 1학년 생활이 끝이 났다. 종업식을 했고 긴 겨울방학에 돌입했다.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는데 총총이가 입학한 학교는 인근 밀집한 아파트 단지들 덕분인지 한 학년에 반이 7~8개가 되고, 한 반에 학생이 30명에 육박하는 이른바 과밀학급이었다.


이 과밀학급을 좋지 않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선생님 한 분이 맡아야 할 학생 수가 늘어나다보니 관심과 정성이 분산된다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아무래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쓰셔야 하고.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도 하니, 나는 총총이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좋게 생각했다.


총총이는 입학식 바로 다음 날부터 죽이 잘 맞는 친구를 사귀었고 그 친구와 단짝이 되어 축구도 같이 다니고 놀이터에서 놀고 그러나 엄마들끼리도 친해져서 서로의 집을 오고 가며 놀기도 했다.


개구짐과 장난기가 증폭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친구가 있어 학교 다니기가 훨씬 즐거웠겠지.


입학 때는 서툴었던 한글 읽고 쓰기가 이제는 좀 능숙하게 되었다. 글자를 정자로 또박또박 쓰는 것을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글씨체도 예뻐지고 독서활동도 꾸준히 하고 그림 일기도 종종 썼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는 걸 지켜보면서 기특하고 귀여웠다. 그 일기를 같이 읽으며 깔깔 거리며 웃었다. 나는 이 일기들이 흩어지고 사라지지 않도록 잘 엮어두기로 했다.


종업식 날 통지표도 받아왔다. 통지표에는 아래와 같이 써 있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애교가 많고 밝고 쾌활한 성품으로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항상 즐겁게 생활함. 꼼꼼하고 차분하게 자기만의 색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 능숙하며 이를 즐겨함. 꾸준한 노력으로 또박또박 바르게 글씨를 잘 쓰게 됨. 그림 일기과제를 수행할 때, 항상 글과 함께 그림도 열심히 그려와 친구들의 모범이 됨. 순발력과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신체활동에 항상 즐겁게 참여함. 주어진 과제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며 끈기를 갖고 끝까지 수행하는 책임감이 돋보임.


통지표 위에 담임 선생님의 손수 쓰신 편지도 붙어있었다. 총총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내용이었다. 선생님이 평소 학생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애정으로 대하고 계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복이 참 많은 총총이. 어린이집 때부터 그랬고 유치원 때도 그랬다. 총총이를 맡아주신 선생님들을 나는 지금도 가슴 깊이 존경한다. 기회만 되면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2023년에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특히나 힘든 한 해였다. 서울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이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었고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거리에서 집회를 하기도 했다. 


그 슬픔과 좌절 속에서도 맡은 아이들을 사랑과 책임으로 가르치고 돌봐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이 무사히 1학년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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