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증 일기-4] 완치가 아닌 관리의 영역으로

목표는 완치가 아닌 안정화다.

by 흔한직장인

아이가 입원하고 퇴원하고 재발을 거쳐 신장염 진단을 받기까지, 나는 입사 10년을 채워 받은 2주간의 안식휴가와 3일간의 근속포상휴가, 연차 6개를 소진했다.

2년간 꾸준히 가던 헬스장엔 한 달 넘게 못 갔고, 결제해 놨던 필라테스 회원권은 한 달이 고스란히 밀려 남은 6주 동안은 주 2회 꼬박꼬박 가지 않으면 안 됐다.

새 잎이 하나씩 돋아나는 모습이 예뻐서 하나 둘 늘려가며 들여놓았던 초록 화분들은 회사와 병원에서 치이는 사이에 노랗게 시들어갔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외면하기로 했다.

시들었지만 살아보려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 괴로웠다.

그런데 거기에 뒤늦게 물 조금 부어놓고선 더 버티라고 하는 게 더 나쁜 짓 같아 놓아주기로 했다.

나는 노랗게 변한 화분에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았다.



신장 기능의 손상은 단백뇨로 나타난다.

아이는 처음 신장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 한 달이 넘도록 ‘++’ 수준으로 단백뇨가 검출 됐다.

‘+++’ 이상이면 신부전으로 진단하는데, 아이는 그 직전 단계에 해당했다.

신장의 추가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나트륨과 단백질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신장 기능 저하가 심각한 경우 칼륨 섭취에도 주의를 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 수준인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칼륨까지 주의할 정도는 아니어서 채소와 과일 섭취에서는 큰 제약은 없다.

모든 가공식품이 배제당한 마당에 채소와 과일에 제약이 없다는 건 감사할 따름이었다.


자반이나 관절통 같은 전신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나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 이상으로 검출되는 경우엔 예정된 진료일이 남았더라도 지체 없이 병원으로 가야 했다.



아이의 전신 증상 체크와 소변 검사, 정기적인 병원 진료는 루틴이 됐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매일 아침 아이 소변을 검사했고,

일주일 중 이틀은 소변을 제출과 진료를 위해 하루 두 번 병원을 오갔다.

첫째와 둘째의 끼니는 따로 준비했고, 유치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의 불안까지 모두 내 몫이었다.

언제까지 이 과정을 견뎌야 하는지, 왜 이걸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지를 묻는 건 아무 의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았다.


아이에게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만성화와 악화, 회복의 세 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한 달 이상 단백뇨가 ’++‘수준으로 지속된 시점에서 회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건 굳이 의사 선생님께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완치는 이제 우리의 목표일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악화를 막고 생활 관리 수준을 넓혀 가는 것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새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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