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완치가 아닌 안정화다.
아이가 입원하고 퇴원하고 재발을 거쳐 신장염 진단을 받기까지, 나는 입사 10년을 채워 받은 2주간의 안식휴가와 3일간의 근속포상휴가, 연차 6개를 소진했다.
2년간 꾸준히 가던 헬스장엔 한 달 넘게 못 갔고, 결제해 놨던 필라테스 회원권은 한 달이 고스란히 밀려 남은 6주 동안은 주 2회 꼬박꼬박 가지 않으면 안 됐다.
새 잎이 하나씩 돋아나는 모습이 예뻐서 하나 둘 늘려가며 들여놓았던 초록 화분들은 회사와 병원에서 치이는 사이에 노랗게 시들어갔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외면하기로 했다.
시들었지만 살아보려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 괴로웠다.
그런데 거기에 뒤늦게 물 조금 부어놓고선 더 버티라고 하는 게 더 나쁜 짓 같아 놓아주기로 했다.
나는 노랗게 변한 화분에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았다.
신장 기능의 손상은 단백뇨로 나타난다.
아이는 처음 신장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 한 달이 넘도록 ‘++’ 수준으로 단백뇨가 검출 됐다.
‘+++’ 이상이면 신부전으로 진단하는데, 아이는 그 직전 단계에 해당했다.
신장의 추가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나트륨과 단백질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신장 기능 저하가 심각한 경우 칼륨 섭취에도 주의를 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 수준인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칼륨까지 주의할 정도는 아니어서 채소와 과일 섭취에서는 큰 제약은 없다.
모든 가공식품이 배제당한 마당에 채소와 과일에 제약이 없다는 건 감사할 따름이었다.
자반이나 관절통 같은 전신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나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 이상으로 검출되는 경우엔 예정된 진료일이 남았더라도 지체 없이 병원으로 가야 했다.
아이의 전신 증상 체크와 소변 검사, 정기적인 병원 진료는 루틴이 됐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매일 아침 아이 소변을 검사했고,
일주일 중 이틀은 소변을 제출과 진료를 위해 하루 두 번 병원을 오갔다.
첫째와 둘째의 끼니는 따로 준비했고, 유치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의 불안까지 모두 내 몫이었다.
언제까지 이 과정을 견뎌야 하는지, 왜 이걸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지를 묻는 건 아무 의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았다.
아이에게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만성화와 악화, 회복의 세 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한 달 이상 단백뇨가 ’++‘수준으로 지속된 시점에서 회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건 굳이 의사 선생님께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완치는 이제 우리의 목표일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악화를 막고 생활 관리 수준을 넓혀 가는 것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새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