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9
어린왕자가 처음 도착한 별은 프랑스였다.
이 별은 수탉을 상징으로 삼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이곳 사람들은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을 살고 있었는데, 현명한 왕이 나타나 일요일만이라도 닭고기를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뒤부터 사람들은 수탉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별은 땅이 넓고 기름졌으며, 처음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골족’이라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문명도 상당히 발달해 있어서 바퀴를 이용해 물건을 옮기고, 추위를 막기 위해 바지를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단합하지 못했고, 결국 강한 로마제국에게 지배를 당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저항도 했지만, 로마인들이 가져온 포도주가 아주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포도주에 마음을 빼앗겨 점점 가까워졌고, 끝내 저항을 멈추었다.
한동안 평화가 이어지는 듯했지만, 곧 여러 게르만족들이 이 땅을 침입했다. 그들 가운데 ‘프랑크족’이 최종적으로 이 별을 통일했고, ‘프랑스’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의 왕은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 별 전체를 다스리지 못했고, 곳곳에는 왕보다 더 힘이 센 제후들이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주변 다른 별들이 끊임없이 쳐들어와 전쟁이 계속되었다.
특히 어떤 별과는 무려 백 년 동안이나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거의 패배할 뻔했을 때,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한 어린 소녀가 하늘의 계시를 받아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섰고, 놀랍게도 적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 별의 사람들은 그녀를 영웅으로 대접하기는커녕, 결국 불에 태워버렸다고 했다.
오랜 전쟁으로 많은 제후들이 사라졌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위협은 여전했다. 왕은 군대를 유지해야 한다며 세금이 필요하다고 했고, 세금을 거둘 신하들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힘이 약해진 제후들은 왕의 신하가 되기 위해 왕 가까이에 살게 되었고, 곧 귀족이 되어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를 벌였다.
어떤 왕은 스스로를 태양이라 부르며 아주 잘난 척을 했고, 너무 많은 돈을 써서 별의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졌다. 왕은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 했지만, 이미 배고팠던 백성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혁명을 일으켜 왕을 처형하고 공화국을 세웠다.
주변의 별들에서는 아직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기에, 이 광경을 보고 놀라 군대를 보냈지만, ‘나폴레옹’이라는 키 작은 코르시카 출신 장군이 그들을 모두 물리쳐 버렸다. 이 별 사람들은 그를 영웅처럼 따랐고, 그는 결국 공화국을 없애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그러나 아주 멀고 거대한 추운 별을 공격하다 지쳐버린 그는, 끝내 이 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왕이 다시 세워지기도 했고, 또다시 혁명이 일어나기도 했다. 공화국을 만들었다가, 다시 황제를 옹립하기도 했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산주의 정부를 만든 적도 있었다.
어린왕자는 이 별 사람들의 격식을 차린 코스 요리와 예술에 대한 사랑이 무척 인상 깊었다.
또한 긴 여름휴가와 선진적인 사회보장제도는 어린왕자의 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부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 별에 도착했을 때, 어린왕자는 베레모를 쓰고 담배를 물고 있는 한 화가를 만났다.
“여긴 어떤 곳인가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우리는 자유와 혁명을 사랑하지. 개인의 표현이 가장 중요해.”
화가는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
“개인의 표현과 자유를 소중히 여긴 덕분에 우리 별은 문화와 예술이 크게 발달했단다.
우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지. 그래서 다른 별에서 자유를 찾아온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하지.”
화가는 말할수록 콧대를 더 높였다.
“그렇군요. ‘관용’이라는 말, 참 멋진 말인 것 같아요.”
어린왕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마음속에 작은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리고 늘 그렇듯, 궁금한 것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그런데요… 왜 여러분은 다른 신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머리에 검은 천을 두른 이민자 여성들을 불편해하시나요?”
화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 마치 이제는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왕자는 이 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겉으로는 관용과 자유, 혁명을 이야기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편견과 이기심이 살아 있는 듯했다.
논리적이면서도 종종 변덕스럽고, 따뜻한 듯하지만 쉽게 무관심해지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별의 요리와 예술, 그리고 모두가 함께 누리는 복지 제도는, 어린왕자의 별에서도 배워야 할 소중한 점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다음 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