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은 밤에 핀다.
재판은 최진혁 검사의 예리한 창으로 시작되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기자석의 키보드 소리는 마치 전투를 앞둔 군대의 북소리처럼 울렸고,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돌처럼 굳은 얼굴로 피고인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국과수 감식관을 증인으로 세워, 김민석의 지문과 CCTV 동선 등 명백한 증거들로 법정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배심원들은 이미 김민석의 유죄를 확신하는 듯했다.
이제 나의 차례였다. 나는 반대 신문에서 증거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그것의 의미를 비틀었다.
"증인, 피고인은 피해자의 연인이었습니다. 그의 지문이 집 안에서 나오는 것이 이상한 일입니까?" 나는 감식관에게서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나는 배심원들을 향해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작은 균열. '하긴, 그럴 수 있지.'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어서 미세 섬유 감정서의 '특정 불가' 판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것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음을 배심원들에게 각인시켰다.
다음 증인은 피해자의 친구였다. 최진혁은 그녀의 눈물 섞인 증언을 통해 김민석의 집착과 폭력성을 부각하며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는 사실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끌어내고 있었다. 배심원들의 이성이 아닌, 분노와 동정에 호소하는 노련한 전략이었다.
나는 반대 신문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증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거의 속삭이듯 물었다. "증인, 혹시 희연 씨가 '이선우'라는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그 순간, 법정의 모든 공기가 멈췄다. 최진혁 검사가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재판장님! 관련 없는 질문입니다! 변호인은 지금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재판을 흐리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즉각 반박했다. "피해자의 행적과 대인 관계는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검찰이야말로 피고인과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다른 중요한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 아닙니까?"
판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선우'라는 이름은 마법의 주문처럼 법정 전체에 울려 퍼졌다. 기자들의 키보드 소리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고, 배심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목적을 달성했다. 내가 던진 돌멩이는 그가 쌓아 올린 완벽한 서사의 기반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날 재판이 끝나고, 피고인 대기실로 향하는 김민석의 뒷모습을 보았다. 교도관에게 이끌려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기 직전, 그가 잠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의 입가에 스치듯 지나간 아주 희미한 미소.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것은 나를 향한 감사나 안도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하게 설계된 자신의 연극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배우에게 보내는 만족의 미소였다.
나는 이 재판의 설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모든 재판은, 저 악마의 손바닥 위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연극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연극의 가장 충실한 주연 배우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