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이현우는 무죄로 풀려났다. '붉은 장미'는 그날 이후로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나고 며칠 뒤 늦은 밤, 나는 어떤 예감에 이끌려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6년 전, '정원사'가 마지막 작품을 완성했던 권도윤 변호사의 옛 사무실이었다. 굳게 닫힌 문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사무실 안, 먼지 쌓인 책상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정원사' 김민석. 그는 낡은 타자기로 무언가를 치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나는 그의 영혼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차가운 소독약과 오래된 종이 냄새. 감정이 배제된 이성의 냄새. 내가 그토록 증오했던 부패의 냄새와는 정반대의, 그래서 더 섬뜩한 냄새였다.
"결국… 찾아왔군."
그는 더 이상 '정원사'의 오만함도, '붉은 장미'의 분노도 없는,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었다. 그는 텅 빈 눈으로 나를 보며 속삭였다.
"당신이… 이겼어. 나의 정원을… 모두 망가뜨렸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열려있던 창문으로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는 사무실을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텅 빈 도로 위, 문득 백미러를 보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권도윤 변호사의 사무실 창문에는 켜진 불빛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 책상 위에는 낡은 타자기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마지막 글,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나의 '정화'는 끝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이제 이 도시의 공기처럼 영원히 떠다닐 것이다. 나는 그 질문의 무게를 짊어진 채, 새벽의 어둠 속으로 차를 몰았다. 나의 정원은 이제 세상 전체로 확장되었고, 모든 위선과 거짓이 있는 곳에, 나의 꽃은 영원히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