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다음 날, 이현우의 최종 변론 기일이었다. 나는 변호인석에 섰다. 차가운 법정 공기 속, 나는 방청석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앉아있을 그를 향해, 나의 마지막 대사를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이현우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나의 진짜 목적은 '붉은 장미'의 존재 자체를 파괴하는 것. 나는 그의 예술을 비평하기 시작했다. 나의 목소리는 법정의 모든 시선을 장악했다.
"붉은 장미는 위대한 예술가 '정원사'의 제자라 믿고 싶어 합니다. 그는 어딘가에 숨어있는 스승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진정한 예술은 고독한 것입니다. 위대한 창작의 과정에서 스승은 필요치 않습니다."
나는 방청석의 어둠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의 가장 깊은 내면을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었다.
"그에게는 스승이 없었습니다. 그는 스승에게 편지를 쓴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일기를 썼을 뿐입니다. 자신의 위대함을 알아주길 바라며, 스스로 스승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는 정원사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저, 정원사의 그림자 뒤에 숨어, 그의 흉내를 내는 외로운 아이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한 명의 배우가 펼치는, 슬프고도 처절한 1인극입니다."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방청석 깊은 곳에서 '으드득'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 뛰쳐나가듯 법정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닫혔다. 나는 그의 영혼에서, 내가 그토록 증오했던 '정화'의 향기가 아닌, 무너져 내리는 자존심의 썩은 냄새를 맡았다.
나의 마지막 독백은, 그의 무대를 완벽하게 파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