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조각의 무게
전남편과의 차가운 통화로 시작된 그날은 혜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폭풍의 시작이었다. 오후에는 둘째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가 교실에서 친구와 심하게 다퉜다는 이야기였다. 혜진은 급히 학교로 달려갔다. 상담실에서 마주 앉은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이가 많이 불안해 보입니다, 어머님. 작은 일에도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수업에도 집중을 못 하고요.”
혜진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집에서의 상처가 아이의 온몸에 가시가 되어 학교라는 세상까지 찔러대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교무실을 나왔다. 복도를 걷는 내내 등 뒤에서 다른 학부모들의 수군거림이 들리는 듯했다.
그날 저녁, 집 안의 공기는 살얼음판 같았다. 혜진은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첫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올게요.”
“안 돼. 요즘 너무 늦게 다니잖아.”
혜진의 피곤이 섞인 반대에 첫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엄마야말로 우리한테 신경 쓸 시간 있어요? 맨날 지쳐 보이는데.”
“그게 무슨 말이니?”
“우리 때문이잖아요. 엄마 힘든 거. 차라리 내가 없는 게 낫겠네.”
아들의 비수 같은 말에 혜진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너, 정말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해?”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고, 첫째는 그대로 가방을 들고 집을 뛰쳐나가 버렸다.
혜진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들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고, 시간은 심장을 옥죄듯 천천히 흘렀다. 그녀의 머릿속은 두 개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다투었다. ‘내가 잘못 키운 거야. 모든 게 내 탓이야.’ 라는 자책과 ‘아니야.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저 아이들이 나를 원망하더라도, 결국 나를 지탱하고 아이들을 지켜야 할 사람은 나 자신뿐이야.’ 라는 처절한 자각이 교차했다. 다음 날 아침, 첫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냄새를 풍기며 돌아왔다. 혜진의 텅 빈 눈과 마주친 아이는, 어떤 말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집은 완벽한 단절의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