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록자
2025년 12월: 전원을 꺼버린 세대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왔다. 거리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흉내 내는 희미한 조명들로 장식되었지만, 그 불빛은 도시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공허하게 빛날 뿐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빴지만, 그 누구의 얼굴에서도 희망이나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오래된 흑백 영화의 필름이 무한히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의 세상은 침대와 컴퓨터가 전부였다. 가끔 들어오는 온라인 번역 아르바이트로 겨우 용돈을 벌며, 대부분의 시간을 정교한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보냈다. 그의 방에서는 종종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된 대화 소리와 희미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현실의 우리와는 단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들의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지만, 아들의 얼굴은 가상현실 고글에서 새어 나오는 현란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빛 속에서 아들은 현실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웃고, 싸우고, 살아가고 있었다.
"아들,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잖니."
아들은 미동도 없이 게임에 집중하다가, 한참 만에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글을 벗었다. 처음으로, 나는 아들의 눈에서 나를 향한 동정을 보았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버지, 어떤 미래요?"
그의 목소리에는 반항이나 분노가 아닌, 모든 것을 체념한 자의 지독한 평온함이 있었다.
"갚을 수도 없는 빚을 지고 평생 일하다 연금도 없이 늙어 죽는 미래요? 아니면 일자리를 빼앗은 노인들을 증오하며 가난하게 사는 미래요? 저는 둘 다 싫어요. 아버지 세대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그 경쟁, 성공, 소유… 그 모든 것들이 만들어낸 '미래'라는 신기루에 더는 관심 없어요. 차라리 아무것도 갖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을 살래요. 이게 제 방식의 생존이에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방황이나 게으름이 아니었다.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 절망이, 마침내 다음 세대의 '소극적인 복수'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싸우거나 저항하는 대신, 시스템의 전원을 스스로 꺼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그들은 기성세대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사회 전체를 서서히 질식시키고 있었다.
나는 아들의 방을 조용히 나왔다.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 마치 서서히 꺼져가는 잿불처럼 보였다. 그날 밤, 나는 '전원을 꺼버린 세대'라는 제목으로 기록을 남겼다. 국가의 심장이 멎고 있다고. 그 원인은 전쟁이나 재난이 아니라, 미래를 약속받지 못한 청년들의 집단적인 무기력과 포기라고.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탓하지만, 사실 청년들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승자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