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송의 《머터리얼리스트》를 보고

2025.08.08 마차라떼

by 떠돌이 이주자

셀린 송의 머터리얼리스트(Materialists)를 보고 있자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30대 후반, 아직 미혼인 우리는 결혼을 ‘이상’보다 ‘조건’으로 저울질하는 나이에 들어섰다. 주변의 결혼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내 상황과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 속 루시는 매칭 메이커다. 한국에선 결혼정보회사, 이른바 ‘결정사’가 그 역할을 한다. 나 역시 몇 년 전, 한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한 장의 종이에 나와 가족의 모든 정보를 빽빽하게 적어 내려갔다. 나이, 직업, 학력, 부모님의 직업과 학력까지. 종이를 채워갈수록 ‘내가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조건을 거래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스쳤다.


영화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단어가 있었다. “Calculate.” and "Math"

사랑조차 계산하는 시대, 그 말은 마치 우리 세대의 연애 현실을 압축한 듯했다.

그리고 고객인 소피가 루시에게 던진 한마디.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 말은, 나를 포함해 이 나이대의 많은 미혼들이 속으로 하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조건표가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를 원한다는 고백 말이다.


루시는 결국 물질적 안정 대신, 돈 문제로 자주 다투던 옛 연인에게 돌아간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돈보다 진짜 마음을 택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생각했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 사랑은 더 이상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셈법과 현실 사이에서 매번 줄다리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조건을 넘어선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끄적이며 시간을 보낸다.
이른 저녁인데도 자리가 가득 차 있다.


리마에 이렇게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조용히 머무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오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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