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쉽지 않구나.
2021년, 코로나로 인하여 세상이 갑자기 급변하였다. 배달, 택배, 무인, 비대면 관련 시장이 활발해졌다. 편안동 감성한옥길에 있던 폐가들이 여기저기서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한옥카페는 커피 배달로 바빴고, 한옥스테이는 국내여행 수요로 인하여 비대면 예약이 잘 되었다. 영업이 잘 되어 하나님, 부처님께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애로사항들이 발생해서 사장님들이 마음고생을 경험했다.
한옥카페은 개업하자마다 예상과 달리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처음에는 개업빨인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몇 달이 지나도 할아버지 손님들이 테이블에서 쌍화차, 토스트를 드시는 모습들이 자주 보였다.
"사장님, 단골손님들이 출근도장을 매일 찍으시네요."
카페 사장님은 나를 붙자고 한숨을 쉬며 하소연하셨다. 할아버지 손님들이 오셔서 말동무하자고 하시거나 쉬는 날 멀리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신단다. 순간 너무 황당하면서도 여자 혼자 장사하는 게 쉽지 않음을 느꼈다.
일주일에 서너 번 갈 때마다 어르신 한분이 보이신다. 내가 너무 자주 가나 보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노인 일자리로 바쁘다고 나에게 말을 거셨다. 인사만 하고 지내는 이웃이라 고개만 끄떡이니 손님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집으로 가버리셨다.
"사장님, 교회 옆집 어르신이 자주 보이시네요. 여기 핫플됐어요."
카페 사장님 말씀으로는 최근 퇴직하셨는데 주문할때마다 요구사항이 많다고 하셨다. 당뇨가 있어서 달지 않게 해달라고, 토스트 포장 시 서비스로 한장 더 원하신다고. 음료의 경우 대부분 시럽이 첨가되는 점, 토스트의 경우 싸게 파는 관계로 남는 게 천원이 안되는 점에서 곤란해하셨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지역에서 빨강 당과 파랑 당이 대립하였다. 우리 부모님과도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신랑과 나는 서로 의견을 내어 설득하려고 했으나 각자 원하는 인물을 찍기로 했다. 한옥카페 단골손님들도 대한민국 미래에 대하여 열렬한 토론이 있었다. 구석에서 레모네이드를 조용히 마시고 있었는데 저녁 시간이 되니 손님들이 썰물 빠지듯 나가셨다. 경상도가 빨강 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사람을 보고 투표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정부패 없이 청렴결백한 정치인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신랑이 영덕 배낚시에 가서 문어를 20마리 넘게 잡아왔다. 문어 10마리와 삶을 때 넣은 무 반토막을 비닐봉지에 넣어 한옥카페 마감시간에 갔다. 그런데 손님들과 카페 사장님이 작은 실랑이를 하고 계셨다.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고 마감하시려는 것 같았다. 작은 시골이라 한집 건너면 거의 모두 아는 사람들인데, 오늘은 너무 피곤하셔서 점빵문을 닫아야 한다고 사정하셨다.
"사장님, 몸이 안 좋아 보이세요. 빨리 댁에 가셔서 쉬세요."
성당에서 친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배달음식 시키지 않기, 채소는 텃밭에서 자급자족하기, 택배 대신 시장에서 바구니로 장보기,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기. 카페 사장님은 남은 음료에다 얼음을 추가해서 일회용 컵에 담아 달라는 손님들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다. 일회용 용기 비용뿐만 아니라 장사하면서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고 하셨다. 한옥스테이에서도 사과 에이드를 제공하기 위하여 사과즙 봉지와 탄산음료 페트병을 사용하는데 고민이 깊어진다.
세종 정부청사에서 공무를 보시는 따님이 주말에 내려오셔서 카페 일을 돕고 계셨다. 테라스로 피자를 서빙해 주셨는데, 슬쩍 인스타를 권유하였다. 안동여행을 오시는 분들을 카페로 유입하여 고객층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차마 한옥카페 사정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가 없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자식 입장에서 너무 속상할 것이다.
한옥스테이 인스타에 명절연휴 숙박예약 게시물을 올렸는데 한옥카페 계정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래서 카페 계정을 보니 모든 메뉴의 사진들이 있었고 광고도 돌리는 중이었다. 그 후 다른 지역의 젊은 커플들이 카페에 와서 음식 사진도 찍어주고 리뷰도 달아주었다.
"사장님, 카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큰 소리로 떠드는 분들이 확실히 줄었어요."
바램이 있다면 카페 사장님께 다정하고 재미있는 남자사람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 얼굴이 고우시고 말씀하시는 것도 귀여우시니 어필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자기 건물에서 장사해서 돈 버는 능력이 있으니깐. 그러나 사장님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남은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