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하십니다.
대한민국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5명 중 1명이 어르신이라는 의미인데, 시골의 경우 더 높은 수치를 가지는 것 같다. 한옥카페는 사장님께서 70세 할머니 셔서 그런지 실버카페에 가까운 모습이다. 자영업 하시는 어르신의 노후생활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활기가 느껴진다.
"사장님, 정말 건강해 보이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시죠?"
내 말에 왜 아픈 데가 없겠냐고 눈웃음을 지어 보이 신다. 가게 쉬는 날에는 병원 다닌다고 바쁘시다고 하셨다. 한의원, 정형외과, 벌침까지.
시골이라 그런지 집집마다 농사지을 땅을 가지고 계신다. 카페 사장님의 큰 오라버니도 과수원을 하시는데 제법 대농을 하시는 것 같았다. 공판장으로 판매하면 소비자가격에 비하여 터무니없어서, 직판을 선호하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과, 블루베리를 구매하는데 양도 많고 맛도 좋다. 한옥카페에서 파는 사과 에이드는 새콤달콤하고 블루베리 스무디는 건강에도 좋다.
"사장님, 이번 달은 저도 블루베리 따러 갈게요."
한 달에 한번 블루베리를 수확하러 가시는데 마침 나도 쉬는 날이라 같이 가기로 하였다. 일을 더럽게 못하지만 버스 타고 가시는 것보다 내가 운전하는 경차를 타시는 게 나을 것이다.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려면 오늘 일찍 자야겠다.
한옥카페 단골손님들 대부분은 연금에 기대어 생활하신다. 물론 부동산, 차도 소유하셔서 나름 경제적 여유가 있으시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사 퇴직자의 경우 자식보다 연금이 효도한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나라에서 매달 3백만 원 정도 지급받으셔서 부부 2명의 식비, 공과금, 보험금, 여가에 지출하시는 듯하다.
"사장님, 노부부가 카페에 오셔서 식사하시네요.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요즘은 자녀 독립, 이혼, 사별, 졸혼 등으로 1인 노인 가구가 많다고 한다. 돈이 있다고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결혼을 해보니 각자 역할을 잘해주는 것, 서로 맞추어 사는 것,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산에 상관없이 여전히 단체에 소속되어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옛날분들이셔서 취미생활도 없으시고 스스로 돈 버는 게 좋으신 것 같다. 경제적 활동이 건강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권장할 일이다. 단골손님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 치매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많으셨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집에 찾아가거나 요양병원으로 출근하신다
"사장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많이들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하루 15만 원 정도의 일당을 받으시고 주말까지 일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족한 노인일자리로 인하여 인기가 있는 직종이지만,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편안동 감성한옥길에는 한의원이 있는데 운영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계시는 환자분들이 많으시다. 예전에는 안동 신시장 근처에서 개업하셨는데 몇 년 전 우리 동네로 이전하셨다. 소문에 한의사분이 침도 잘 놓으시고 본인 몸이 불편하셔서 그런지 진료가 친절하시다고 한다.
"사장님, 한의원에서는 인삼라테를 자주 배달시키시네요. 먹으러 오실 시간이 없으신가 봐요."
원체 장사가 잘 되는 한의원이라 동네 사람들이 관심이 많으시다. 자녀분들이 결혼할 때 집도 사주고, 손자손녀 교육비도 내줄 수 있어 부러우신 것 같다.
우리 시어머님의 경우에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 혼자서 산골에 텃밭을 가꾸며 사신다. 국민연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여 신랑이 매달 용돈을 드린다. 결혼하면서 대출금을 갚을 때에는 솔직히 부담이 되었으나 한옥스테이하면서 오히려 능력이 되어서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사장님, 안동 산불이 나서 어머님은 울산 친정집에 잠깐 가셨어요. 집수리하려고요."
얼마 전에 편안동 감성한옥길에 신랑 친구가 인테리어 업체를 개업하여 견적을 요청했다. 산불로 인하여 타버린 외장재 교체뿐만 아니라 오래된 장판, 벽지, 전등, 싱크대, 욕실을 새로 바꾸었다.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거실에 통창을 설치했더니 감성숙소 같기도 하다. 신랑 얼굴의 그늘도 사라져 버렸다.
작년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어르신들을 나도 모르게 쳐다보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가던 길을 간다. 옆집 양옥집에서 철거작업을 하는지 아침부터 트럭이 와서 벽을 부수는 소리가 시끄럽다. 작업현장에 아빠 또래의 할아버지들이 삽질을 하고 계셨는데 순간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청년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시는 것 같았다. 돈 버는 것도 좋고 일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챙기면서 행복한 노후생활을 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