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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오자 제천행사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공기는 차갑지만 바람은 부드러웠다 좌집사는 쑥향을 피워 제단을 정화하였고 우집사는 조촐하게 준비한 제물들을 가지런히 정돈하였다. 초헌관인 환웅님은 황금색 의관을 정제하셨고, 풍백은 흰색 의관을, 우사와 운사는 각각 황색과 검은색 의관을 정제하고 대기하였다.
이윽고 좌우집사는 소리를 합쳐 천제를 시작한다고 사방에 고하였다. 초헌관은 앞으로 나가 향나무를 태워 향을 올리고 하늘의 문이 열리기를 기도하였다. 초헌관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정화수 한 사발을 올리고 크게 세 번 절하였다 맑은 물을 떠 올리는 것은 부정하지 않은 깨끗한 마음과 정갈한 몸으로 정성을 바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어서 풍백은 간절한 소망을 담은 고천사를 낭송하였다.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산과 들에 울려 퍼지고 둥근 원을 그리면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 들짐승들은 모두 제집으로 찾아 들어가 숨죽였고 날짐승들도 날개를 접고 지저귐을 멈추었다.
고천사는 부족함이 없는 환국을 만드신 환인님의 덕치를 칭송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환인님의 가르침을 잘 따라서 하늘의 이념을 이 땅에 실현한 백성들의 착한 마음 씨에 사랑과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환인님의 원대한 계획에 따라 신천지에서 두 번째 환국을 세워야 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고해 올리고 이 막중한 임무를 환웅님께서 맡게 된 경위도 설명해 올렸다.
환웅님은 환인천제님을 본받아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며 풍백, 우사, 운사 세 사람도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마지막으로 하늘님의 원만구족함과 전지전능함을 찬양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믿음을 저버리거나 용기를 잃지 않도록 바른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청하면서 고천사를 마쳤다.
고천사를 마치자 수풀 속에 숨죽여 있던 까마귀 세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갔다. 풍백은 하늘을 향해 합장하고 허리 숙여 세 번 절한 후 뒤로 물러났다. 뒤이어 우사가 깨끗한 물 한 사발을 다시 올리고 크게 세 번 절하였고 운사도 새롭게 정화수 한 그릇을 올리고 크게 세 번 절했다.
정화수를 세 번 제단에 올리는 의미는 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세 가지 요소인 천지인에 모두 예를 표하는 것이다. 하늘은 하늘대로 숭배할 의미가 있고, 땅은 땅대로 숭배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지만, 인간이 인간을 숭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천지인은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작동하지만 세상이 순조롭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호조화가 필요한데 그 중심에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자는 의미이다.
좌우 집사는 제단 위에 놓인 정화수를 사방으로 세 번씩 뿌리고 다 함께 절 한 후 제천식을 모두 마쳤다. 제사가 끝난 후에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향후 일정과 준비사항을 의논했다. 풍백은 관리와 지도를 맡기로 하고 우사는 보급과 살림을, 운사는 치안과 안전을 각각 맡기로 했다. 출발 날짜는 약 일 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내년 3월 3일로 택일하였다.
3월은 동남풍이 불어와서 북쪽으로 이동 항해하기 수월하고 비 오는 날이 드물고 날씨 또한 포근해서 활동하기 좋다는 삼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결정하게 되었다. 환웅님은 이 모든 내용을 환인님께 보고하기로 했고 삼사는 각각 맡은 바 소임을 부족함 없이 준비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