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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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헌수



운사는 환웅님을 자신의 거처로 초대하고 싶었다. 이 사실을 눈치챈 풍백이 환웅님께 권하였다. 환웅님은 운사에게 사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넌지시 말씀하셨고 운사는 계면쩍은 듯 영광이라고 화답하였다. 풍백도 한번 가보고 싶다며 동행하기로 하고 세 사람은 길을 나섰다. 어제 본 까마귀 세 마리도 높이 날며 운사의 뒤를 따라왔다.

운사의 거처는 밤하늘이 막힘없이 동그랗게 드러나 보이고 동서남북 사방의 구분이 명확한 평평하고 네모난 땅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앞마당에는 커다란 고인돌이 하나 놓여 있는데 상판 위에는 북극성을 나타내는 큰 구멍 하나와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일반적으로 고인돌은 돌아가신 사람을 모시는 무덤이나 제단으로 사용되는데 운사는 이 칠성판 고인돌을 별자리 관측용 석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운사는 환웅님과 풍백에게 밤하늘 별자리의 운행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특히 우리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북극성은 뭇별들의 중심이자 으뜸 별이고, 북두칠성은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시간과 때를 맞추어 돌고 있는 국자모양의 아주 밝은 일곱 개의 별이다. 북두칠성 일곱 별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사방에 각각 7개씩 자리 잡고 있는 28수 별자리를 강력한 힘으로 이끌고 있다. 해와 달 그리고 목, 화, 토, 금, 수 오성들도 북두칠성과 북극성 주변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돌고 있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수많은 별들 중에서 제일 기운이 센 별이라 하늘의 의지와 숨은 뜻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북극성은 왕과 군주를 상징하고 권력과 명예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북두칠성은 인간의 탄생에 깊이 연관되어 있고 특히 수명과 죽음에 강한 예지력을 보여준다. 북극성은 산 사람들을 위한 별이고 북두칠성은 죽은 자들을 위한 별이다.

북극성은 중심에서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나 홀로 빛난다. 뛰어나게 밝고 주변이 비어 있어 길을 찾는 사람들의 좌표가 되어준다. 북두칠성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이고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여 하늘에 있는 영혼의 모체로 무사히 귀환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 사람의 흥미로운 별자리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르고 밤새도록 계속되었는데 어느덧 어둠이 걷히고 동쪽하늘이 훤하게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높은 가지에 앉아서 새벽을 기다리던 까마귀 세 마리가 동쪽하늘로 빠르게 날더니 떠오르는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까마귀는 우리 민족이 지상에 내려와 살기 시작할 때부터 같이 동반한 성조인데 하늘과 땅을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 주변에 머물면서 인간들의 염원을 하늘에 전하고 하늘의 뜻을 받아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신령한 존재이다. 밤이면 지상으로 내려와 잠을 자고 새벽이 오면 하늘로 올라가 해를 들어 올려 떠오르게 한다.

태양 속에 들어가 머무는 까마귀를 삼족오라 하는데 머리는 하나, 날개는 둘, 다리는 셋이다. 일이삼은 음양사상을 나타내는데 양의 일과 일이 결합하면 음의 이가 되고 음의 이가 일과 결합하면 양의 삼이 되는 이치이다. 또한 일은 하늘을 뜻하고, 이는 하늘과 땅을, 삼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뜻하는 천지인 사상을 담고 있다.

삼족오의 다리가 세 개인 것은 지상의 다른 새들과는 차별화된 신성한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신적으로는 천지인 삼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된 천상의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상으로 내려온 까마귀는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면서 천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길조가 되었으며 하늘로 올라간 까마귀는 삼족오가 되어 태양을 숭배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상징물인 천조가 되었다.


산 넘어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데 얼굴을 스치는 느낌이 부드러웠다. 마파바람이 불자 할 일이 많은 풍백은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웅님도 해야 할 일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하여 운사와 작별하고 오랜만에 서자궁으로 돌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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