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일기를 남의 얘기마냥 들여다본다
이때의 나는 어떤 사랑을 했던 걸까 기억 속에 없는 감정이 활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짧고 강렬한 절망이 필요해 그러면 또 생각한다 삼 개월 간 글 한 줄 내지 못한 지금이 절망이 아니면 뭔데?
영원 구원 낙원 사랑해 마지않던 단어들을 곱씹으며 권태의 과실이 어느 쪽에 있는지 생각한다 아무래도 변한 건 나뿐이겠지 답을 아는데 인정하기 싫을 땐 흔쾌히 뻔뻔해지기로 한다 네가 나를 더 사랑했어야지 뮤즈 같은 것 바라게 되기 전 시들지 않는 영감을 바쳤어야지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은 마음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게 해 줬어야지
다신 안 볼 것처럼 퍼붓다가도 결국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만 사랑하겠다는 말은 한 적 없잖아 . . .
그러니까 우리는 지난 삼 개월 동안에도 사랑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구차한 변명 더해 마침표 찍는다 부정당할 것 대비해 날카론 대사도 몇 마디 골라 두었는데 영원 구원 낙원 쪽에선 아무런 말이 없다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 것 같지
확실히 여지를 주고 있네
아직은 잃고 싶지 않아 기어코 희망해 보기로 한다 내가 놓지 못하는 건지 저쪽이 놓아 주지 않는 건지는 영원히 알 수 없다
영원이라고 했어?
습관처럼 뱉은 거지
좋아해
짜증 나
사랑해
죽어 버려
사랑한다는 뜻이네
이름 값을 좀 해
하고 있을걸
아 . . . 내가 정말로
권태라는 이름의 열렬한
사랑을 하고 있었나 해서
삼 개월짜리 방황을 무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