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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의 짧은 동행

2부(진짜이민)

by 김미현


공항 도착 게이트.


아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한국 공항에서 헤어진 지 꼭 일주일 만이었다.


남편은 독일에서 우리와 열흘을 함께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기다리던 순간, 작은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빠다!”


멀리서 걸어오는 아빠를 보자,

아들은 환하게 웃으며 달려갔다.




K가 운전대를 잡고 우리는 차에 올랐다.

곧 뒷좌석은 두 사람의 세상으로 변했다.


“새로운 소시지 또 먹어봤어?”

“응! 살라미라고 있는데 진짜 맛있어.

아빠도 꼭 먹어봐야 돼.”


“슈퍼는 가봤어?”

“그럼! 빵이랑 치즈가 엄청 많아.

그리고 우유가 한국이랑 정말 달라.

집에 사뒀으니까 빨리 먹어봐.”


아빠는 쉬지 않고 물었고,

아들은 안내하듯 자랑하듯 줄줄이 답했다.


차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은 꼭 형제 같았고,

오래된 친구 같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8시가 넘었다.


남편과 나는 먼저 짐을 풀었고,

K는 풍성한 한 상을 차려주었다.


살라미 소시지, 프로슈토 햄,

가우다 치즈와 에멘탈 치즈,

효모빵과 파인애플 잼.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풍미 가득한 우유를 따랐다.




남편은 못 참겠다는 듯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대박! 이게 독일 소시지야?

왜 이렇게 맛있지?


우와, 이 우유 뭐야?

진짜 맛있다!”


아들은 의기양양하게 맞장구쳤다.

“그렇지? 내가 아빠 꼭 먹어보라 했잖아!”





호기심 가득한 남편을 보며

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가 뒤바뀌었어야 하는데.’


낯선 곳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사람은

늘 남편이었다.


새로운 모험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던 그가 한국에 남아 있고,

정적이고 익숙한 것만 좇던 내가

이렇게 독일에 와 있다니.


아이러니였다.




남편이 함께한 첫날,

완전체가 된 우리의 가족은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마쳤다.


다음 날부터는 집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함께 사러 다녔다.


매일이 새로운 미션 같았다.




“네가 왜 도장 깨기라 그랬는지 알겠다.

독일살이, 만만치 않네.”


남편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원스톱으로 해결되던 시절은 갔다.


여기서는 달랐다.


우유는 슈퍼에서,

빨래건조대는 카우프란트(대형마트)에서.

전구는 바우하우스(철물점)에서.


세 군데를 도는 건 양반이었다.


계산대에서는 장바구니부터 사야 했고,

비닐봉지는 꿈도 못 꿨다.




한국에서는 마트 한 바퀴면 끝나던 일이

여기서는 하루치 체력을 다 써야만 했다.


장보기는 생활이 아니라 전투였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마침내 가장 중요한 미션이 다가왔다.


아들의 학교 첫 미팅.


#가족이야기 #해외살이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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