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카드를 처음 만나고 타로 카드를 통해 어설픈 나를 '완성 (업그레이드)'하기로 했잖아. 그래서, 당장 타로 카드 하나를 샀어.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어. 타로카드가 전부 78장인데, 내가 그 78장의 의미를 모두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콱 막히더라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강의를 듣기로 했어. 일단 집근처 문화센터 강좌를 검색했어. 다행히 문화센터마다 타로강의는 다 있더라고. 그래서, 바로 강의 신청했어. 주 1회 3개월 강의를...
그 강의를 듣고 나서야 타로 카드 전체를 이해할 수 있었어. 마블 세계관을 이해햐야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일종의 타로 카드 세게관을 조금 이해했다고나 할까. 그러자, 자신감이 생겨났어. 다른 사람의 타로점을 봐줘야지... 음하하하
2. 결혼할까요? 내 첫번째 타로점!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그는 진지하고 중요한 질문을 꺼냈어. 허걱... 난 당황했어. 누가 타로 초보 아마추어에게 이런 중요한 질문을 던지냐고? 나는 타로 리딩 (타로점) 연습하려고 그에게 가벼운 고민 하나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그가 던진 질문은 100톤만큼 무겁잖아. 이건 반칙이야!!!
나는 그 순간 쫄아어 얼어붙었어.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질문은 전문가에게 하고, 나한테는 재미삼아 오늘 점심 메뉴 선택 등 캐쥬얼한 질문을 하라고 말하고 싶었지. 그런데, 난 이미 얼음이 되어 있었아. 그런 말할 여유도 없을 만큼.
도대체 그는 왜 나에게 이런 어려운 시련을 주는걸까? 타로점이 진짜 미래를 예측해준다고 생각하는걸까. 만약, 타로점에서 부정적인 점괘가 나오면 어떻게 할 생각일까.
이런 원망을 하면서,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어. 그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내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에게는 지금 이 고민이 정말 중요하다는 표정이었지. 오죽 고민이 많으면, 타로 초보에게 이런 큰 질문을 했을까 싶었어.
3. 첫번재 타로점, 적중!
혼미한 정신을 토닥이면서, 그에게 카드 7장을 뽑으라고 말했어. 왜 7장을 뽑으라고 말했냐 하면, 문화센터 타로강의에서 7장으로 해석하는 인간관계 스프레드를 하나 배웠기 때문이야. 이 스프레드는 내 상황을 말해주는 카드 3장, 상대방의 상황을 말해주는 3장, 그리고 결과 1장으로 구성되는 스프레드야. 문화센터 타로 선생님이 연애 질문에는 이 스프레드 사용하면 좋다고 했어.
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그가 카드 7장을 뽑을 때까지 기다렸어. 내 심장은 이미 쿵쾅쿵쾅 울리기 시작했어. 그가 뽑은 카드를 가만히 보았어.
아싸!!! 다행이다.
난 럭키맨~~~ 내가 그래도 잘 아는 카드들이 나왔어. 오늘 정말 운이 좋은데. 음하하하하. 게다가 서로 대칭을 이루는 두장의 카드가 나와 버렸지 뭐야. 간단히 설명해 볼께. 그의 상황 카드는 '말을 타고 빨리 달리는 기사 카드 (소드 기사)'였어. 반대로 상대방의 상황 카드는 '말이 멈춰 있는 기사 카드 (펜타클 기사)'였고.
난 두근두근 긴장한 상태로 그의 얼굴 표정을 보며 이렇게 말했어.
"나는 당신과 당신 연인 관계는 전혀 모르지만, 당신은 좀 급한 성격이고, 상대방은 천천히 하는 성격이예요. 그래서, 당신이 보기에 상대방이 답답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의 마음에 애정이 없는 게 아니라, 그의 성격이 원래 그래서 그래요. 당신이 너그러워 지면 잘 될 것 같아요."
초보 아마추어치고는 괜찮은 답을 했다고 생각했어. 내가 잠심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그는 이렇게 말했어.
"맞아요. 제가 좀 급하죠. 그 사람은 좀 느긋하고."
휴~~~ 휴~~~
살았다~~~
4. 타로점은 점술일까, 상담일까?
3달 후 그는 나에게 청첩장을 가져왔어. 그 때 타로점을 봤던 그 사람과 결혼한다고. 나는 묻고 싶었어. 그의 결혼 결정에 내 타로점이 영향을 미쳤냐고 말이야. 그러나, 그런 질문을 직접적으로 할 수는 없잖아. 그냥 조금이나마 그의 고민에 인사이트를 보여준 거 아닐까라고 생각해.
그의 타로점을 다시 생각해 봤어. 그는 '그와 결혼할까요?'라는 미래 예측을 질문했지만, 내 타로 리딩은 그와 상대방의 현재 마음 상태를 보여줬어. 한 명은 급하고, 한 명은 느긋하다고... 그래서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이야.
아마도 그에게는 미래 예측보다 이런 현황 설명이 좋았던 것 같아. 아무리 미래에 대한 예측이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해도, 왜 그런 긍정 예측이 나왔고 (상황 분석), 내가 어떤 방향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언) 말해주지 않으면 그 예측을 그대로 믿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거든.
나 자신감이 생겼어. 타로 초보 아마추어인 내가 이렇게 멋지고 환타스틱한 타로리딩 (타로점)을 했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어. 어깨뽕 잔뜩 들어간 느낌이야.
그러면, 이제 또 다른 동료를 찾아서 타로점을 보아준다고 해야겠어. 음하하하하.
5. 에필로그 : 타로점으로 미래 예측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번 타로점으로 내가 미래를 예측하기는 한 것일까?
왜 이런 생각을 했냐하면, 내가 타로점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거든. 내 미래를 알고 싶어서... 그런데, 이번 결혼 타로점은 미래를 명쾌하게 보여주지 않았어. 그냥 상황과 상대방의 마음을 보여주었어. 그런데도 타로점을 본 그는 매우 만족했고,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도, 나처럼 어설프고 소심한 사람에게는 적중율 90% 이상의 점술이 필요하단 말이야. 그래야,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거든. 세상 좀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