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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Mar 31. 2024

영원한 사랑은 없어. 그래도 올인할래?손절할래?

[점심을 먹으며 뻔뻔함을 충전합니다.] 소설 <다 하지 못한 말>

1. 나는 연애소설이 너무 좋다.


나는 사랑 소설을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한다.


그 이유는 대리 만족 아닐까 싶다. 내가 하지 못하는 사랑을 소에서 대리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찌질이다 ㅋㅋㅋㅋ

 

임경선 작가님의 사랑 소설 <다 하지 못한 말>을 읽었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공무원 여주와 피아니스트 남주가 광화문 근처에서 우연히 만나 연애에 빠진다. 항상 그러하듯이 곧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남주는 여주에게 '당분가' 멀리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여주는 속이 탔다. 여주는 이렇게 저렇게 해보았으나 그 둘은 멀어진다. 정확히는 남주가 연락을 끊는다. 여주는 아직 그에게 '다 하지 못한 말'이 많다. 그렇게 이 사랑은 끝난다.


난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아. 조금




2. 내 젊은 시절은 찌질이였다.


난 이 소설이 싫다.

임경선 작가님의 사랑 소설 <나의 남자>가 최애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왜 그랬을까?

소설이 재미없어서? 그건 아니다.


젊은 시절 찌질이 같은 내 사랑이 생각나서다.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사랑 엔딩을 인정하지 못하고 찌질하게 굴던 내 모습 말이다.

- 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
- 그 사람과 우연히 마음이 맞아 연애를 시작한다.
- 3개월 이내 그는 마음이 식는다.
- 나는 찌질하게 매달린다.
- 그렇게 연애는 끝난다.

이 소설의 스토리도 딱 이거다.


평소에 내 생각해요?


왼쪽 장소가 주인공이 첫 만난 거기일까야..




3. 주인공 두 명의 직업...


주인공들의 직업이 왜 공무원과 피아니스트일까?


남주인공 피아니스트는 자기 일이 최우선인 캐릭터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모든 시간을 피아니스트로 살아야 하는 존재다. 매일 저녁 정해놓은 시간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위해 교수가 되려고 한다. 그에게 연애란, 피아니스트로의 시간과 마음을 빼고 난 나머지 분량을 사용하는 취미일 뿐이다.


여주인공 공무원 캐틱터는 흔한 직장인 모습이다. 출근해서 일하다가 점심에 여유 한스푼 뿌리고, 저녁에 자유 시간을 갖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내일이라고 특별한 일도 없고,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다. 그냥 마음이 평온한 하루가 또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웬만한 것들에는 마음을 쓰지 않아.
그건 밥벌이 뿐이잖아.


공무원은 하루하루의 변동폭이 매우 작은 그래프의 삶이고, 피아니스는 하루하루 변동폭이 아주 큰 폭풍같은 삶이다. 한마디로 종족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둘이 연애를 시작했다고? 그것도 격정 멜를...





4. 격정 멜로의 조건...


러브 스토리에서 '격정 멜로'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조건이 있다.


첫째, 육체적인 관계에 푸욱 빠질때...

둘째, 주인공 중 한명이 자기 삶을 포기할만큼 사랑에 올인할 때...

셋째, 짧고 굵게 만나고 헤어질 때...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 몸을 마치 피아노 연주하듯 구석구석 살피고 만져줄 때마다
나는 매번 다른 감각을 느꼈어


<다 하지 못한 말> 소설도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그래서, 이 소설도 격정 멜로다. 그런데, 새드 엔딩이다보니 마음이 짠하다.

당분간 떨어져 있자.

당분간은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사흘일수도 1년일 수도 있잖아.


솔직히 난 여주인공이 구질하게 남주인공 피아니스트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앞에서 말한대로, 젊은 시절 똑같은 바보 행동을 했던 내가 생각나서다. '당분간'이라는 표현은 '영원히 헤어지자'는 말과 동일한 표현이다. 왜 그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아우, 내가 너무 답답해서 소설 속으로 들아가서 여주인공을 한대 쳐주고 싶었을 정도다.


내가 변하면, 내가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면, 그의 마음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특히, 피아니스트 남주인공처럼 자기 삶의 방식이 명확한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남주인공에게는 피아니스트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추는 존재이기 때문에, 공무원 여주인공에게 내 줄 시간은 점심시간뿐이었고, 이제 그 점심시간도 같이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둘은 끝난거다. 제발 인정해라. 여주인공님...




5. 손절만이 살 길이다.


주식투자와 연애는 똑 같다.

손절을 잘 하는 사람이 돈도 벌고, 사랑도 얻는다.


특히, 연애는 손절이 필요하다.

이별 후 재회를 하든, 환승을 하든..


일단 손절에 익숙해지자.

상대방의 마음 속에 내가 없을 때는 말이다.



* 웃긴 문장

작가가 광화문 근처 직장인을 묘사한 문장울 보고 너무 실감나서 웃겼다. 나도 광화문 직딩 중 1명이니까....


광화문에 남자 직장인이 대체 어쩌냐고?
조금 짓궂게 말해볼게.
- 반들반들한 자부심이 깊은 몸집,
-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표정,
- 꽉 끼게 입은 잔 체크무늬 셔츠,
- 목에는 명찰 목걸이와 손에 든 테이크 아웃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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