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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May 06. 2024

놀면뭐하니 꼬꼬방 호프에서 꾸벅꾸벅 졸음 사건의 진실

#3 인간관계 손절이냐 솔직함이냐

[어떤 이야기냐 하면...]
ㅇ 놀면뭐하니에 나온 '꼬꼬방' 호프집이라는 신나는 장소에 갔는데,
ㅇ 그만, 내 소심함 때문에 꾸벅꾸벅 졸다가만 나왔는데,
ㅇ 도대체 나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1. 프롤로그 - 꼬꼬방 호프집


꾸벅 꾸벅 졸다가 꼬꼬방 호프집을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흘러 나오는 노래에 맞춰 떼창도 하고 몸도 들썩들썩였지만, 내가 거기에 가서 한 일이라고는 꾸벅꾸벅 밖에 없었다. 아우.. 아쉬워라.. 여기에 또 언제 올 지 모르는데, 이 순간을 꾸벅으로 보내다니 너무 한탄스럽다.


오늘 꼬꼬방에 올 계획는 '나에게는' 없었다. 오늘 모임 멤버 중 한 명이 여기를 가고 싶다고 해서 왔을 뿐이다. 그 친구가 여기를 얘기할 때까지 나는 꼬꼬방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다. 생각해보라. 종로 3가 어르신들만 방문하는 쇠락하고 허술한 동네 호프집에  누가 갈 생각을 했겠는가?


"놀면뭐하니에 나온 꼬꼬방이라고 아니?"

"난 잘 몰라."

"오늘 거기 가자. 고고고"


그 친구는 꼬꼬방을 모르는 나를 위해 침을 튀기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호프집 안에 드럼이 있는데, 사장님이 흥이 나면, 드럼을 연주해 준다고. 그리고, 손님들은 드럼 연중 맞춰 떼창을 한다고 말이다. 정말 신나는 놀이터라고 한다.


"(나는 속마음으로) 뭐, 이런 촌스러운 곳을 가는거야..."


여하튼 그래서 꼬꼬방에 갔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졸다 나왔다.


왜 나는 꼬꼬방을 즐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을까?

오른쪽 사진처럼 드럼 연주가 시그니처 (인터넷에서 퍼옴). 기분 나빠서 나는 사진 안 찍음




2. 나는 서운했다. 그래서, 흥이 안 났다.


나는 솔직이 그 날 기분이 별로였다. 왜냐하면, 약속 장소 정할 때 내 의견은 모두 까였기 때문이다. ㅋㅋㅋ. 내 안에 같이 사는 '뻘쭘감자' 자아는 아직 초딩 수준 삐짐이이기 때문에,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거나 내 뜻대로 안되면 얼굴에 인상이 굳어지고 입에 지퍼를 채우고 삐죽삐죽이는 스타일이다. 소심한 쫌생이 스타일 말이다.


그러면, 나는 그날 무엇을 하고 싶었는가 말해야 겠다. 그 날은 벚꽃 시즌이었다. 그래서, 흐드러진 벚꽃으로 환타스틱한 경의선 숲길 근처 식당에서 모이자고 했다. 술 한 잔 먹고 경의선 숲길을 벚꽃 향을 맡으며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차게 거절 당했다.

그리고, 종로3가 칙칙한 꼬꼬방 호프집에 간 거다.


솔직히 서운했고, 짜증났다. ㅎㅎㅎ

내 마음 속 어설픈 어린이 한 명(뻘쭘감자)이 입술을 삐죽 내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3. 서운함은 인간관계 손절 고민으로 이어지고...


내 마음 속 어설픈 어린이는 서운함으로 맘이 상해서 '손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관계 손절 말이다. 손절은 주식 투자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주식이 마이너스가 되었을 때, 다시 오르기를 기다리지 않고 조금 손해보고 매도한 다음에, 다른 주식에 다시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주식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모두 이 손절을 잘한다. 손절을 적당한 타임에 못하면 -30~50% 수준의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절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인간관계 손절이란, 관계를 끊는다기 보다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에 가깝다. 그리고, 약속 우선순위에서 삭제한다는 의미다. 나같은 INFJ들은 나혼자만의 충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속 횟수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모임이 제한적이다.


이렇게 내 인간관계 총량을 한정되어 있는데, 새로운 만남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우선순위 관계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내게는 손절이다. 내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하지 않고, 그냥 정기적인 모임에만 형식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관계 말이다.


여하튼 이런 복잡한 마음을 갖고 꼬꼬방에 갔었다. 그런데, 허거걱... 웨이팅이 있네. ㅋㅋ. 이 허름한 골목의 촌스러운 호프집에 웨이팅이라니.. 거기다 웨이팅하는 사람들이 20~30대였다. 역시 놀면뭐하니 방송의 영향력이 쎄다 싶었다.


30분여를 기다려서 자리 안내를 받고 앉았다. 그런데, 이렇게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

"이웃의 신고로 인해 드럼 연주는 하지 않습니다."


여기의 시그니처는 사장님의 드럼 연주라고 하는데, 그것이 안된다니 이게 뭐란 말인가? 거기다 가장 구석진 자리를 주는 바람에 꽤나 답답했다. 가운데 쪽 앉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아는 노래 나오면 떼창하는데, 우리 구석 자리는 노래가 안들려서 떼창도 못하고 그냥 멍청한 구경꾼 자리였다. 아우 짜증...


그래서, 나는 졸기 시작했어.

꾸벅꾸벅...


그리고, 오늘 꼬꼬방 멤버에게도 이렇게 손절을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다. 서운함으로  시작해서 짜증이 났고, 이 모임에 뭔가를 바라는 내가 쪽팔렸다.




4. 에필로그 - 서운하다고 말할까?


인간관계에서 '서운'해지기 보다는 그냥 나 혼자 다니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고독한 직딩 아재 ㅎㅎㅎ. 혼자 뭔가를 하는 뻘쭘함만 극복할 수 있다면, 이 방법이 훨씬 좋을 듯 하다. 굳이 이런 서운함, 짜증남, 쪽팔림을 느낄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면,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멤버들에게 부드럽게 너 고민을 솔직하게 말해봐"
"조금 서운했다고. 다음에는 내 위리 리스트도 챙겨 달라고 말이야."

음... 솔직하게 말해볼까?


그러나, 내 마음 속 어설픈 어린이의 삐죽나온 입술은 아직 그대로이다. 그는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는 소심한 어린이라서 말이다.  


인간관계를 손절하고,

서운함은 없지만 재미도 없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솔직하게 내 서운한 마음을 말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할까?


여하튼 나는 내 욕망을 충족할 수 있는 길로 가고 싶다. 내가 서운한 이유는 오로지 내 욕망 불충족 때문이니까 말이야.


손절할까? 솔직하게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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