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오컬트로 행복하기 #10]
1.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지금까지 사주명리학 (사주점) 상담을 딱 1번 갔다. 어떤 사람들은 연초마다 가고, 이슈 있을 때마다 간다. 그러나, 나는 안간다.
왜 그럴까?
사주점을 못 믿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혼자 공부해서 사주점을 볼 수 있어서일까?
사실은 이러하다.
2.
내가 사주점을 보지 않는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대기업 직딩의 삶은 사주점을 봐도 별다른 것이 없다.
나 자신에게 대단한 고민이 없다. 대기업 직딩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회사에서 중상 수준의 업무 역량을 쌓은 상태에서는 큰 의사결정 포인트가 없다.
직딩의 고민은 '승진할 수 있을까, 언제 회사를 그만두고 제 2의 커리어를 시작할까, 나와 맞지 않는 상사와 어떻게 지낼 것인가' 이것들 밖에 없다. 가족의 건강, 자녀 문제를 제외하면 말이다.
둘째, 사주명리학이 나에 대해 해줄 말이 뻔하다.
사주명리학에서 나에 대해 해줄 말은 비슷하다. 물수 기운이 발달해서 똑똑하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적합하다. 강의, 교육 이런 일을 하면 좋다. 1~2번 내 사주 풀이를 듣고, 내가 스스로 공부해보면 그것이 전부다.
셋째, 고수를 만나지 못했다.
어쩌면 이것이 핵심일 수도 있다. 사주명리학 고수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수는 다르다고 한다. 각 인생시기에 어떤 이슈가 발생할 것이고, 그 이슈에 대한 해결방향을 말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그런 고수를 만나 보지 못했으니 알 수가 없다.
3.
대기업 직딩의 삶은 사업 또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평탄하다. 여기서 평탄하다는 의미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특별히 없다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변독폭이 작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변동폭이 작은 삶은 나만의 특수 상황일 수도 있다. 항상 주류의 안정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특별히 그렇다. 상위 대학을 졸업해서, 대기업에 입사해서 중상 이상의 업무 역량을 쌓고, 회사 업종이 변동폭이 적은 산업이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MBA도 다녀오고 했으니 일상의 스트레스는 있어도 내 존재를 뒤흔들만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두가지 도전이 남아있기는 하다.
첫째는 내 꿈에 대한 도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그 꿈을 이루고 싶다.
둘째는 회사 정년 이후의 삶이다. 무엇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한 도전 말이다.
이 두가지 도전 모두 대단한 리스크가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리스크 관리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될 뿐이다.
4.
그런데, 사주명리학 관점에서 올해 운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사주 관점에서는 VERY GOOD은 아니지만, GOOD인 운의 흐름이다. 그런데, 현실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냥 넘기면 될 일을 내가 자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관점의 상사에 대해 짜증이 나고, 역량이 부족한 오피스 동료들에 대한 잔소리를 하게 되고, 이제 인연이 끊나가는 인간관계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그냥 놔두자. 내가 행복한 길은 그들의 삶을 그냥 놔두는 데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들을 바꿀 정도의 리더십이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할 일을 그냥 하면 될 뿐이다.
그러면, 이런 인생 방향성이 내 사주에 있냐고?
글쎄...
그냥 이것이 내 사주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놔두자. 놔두자. 놔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