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냄으로 채우는 삶

by JW

커피를 곁들여 독서를 하던 중,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만나 노트에 옮겨 적고 곱씹어보았다.
그러다 지금의 내 상황에 대입해보다 보니, 그 문장이 더욱 깊이 스며들었고,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휴식기'라는 시간 속에 머물고 있다.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너무 안일한가? 지금은 달려야 할 때인데, 어리석게 멈춘 건 아닐까?'하는 생각들로 마음 속이 복잡해 질 때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읽은 위의 문장은 나의 선택이 완전히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위안과 용기를 건넸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문득 '이 길이 맞는 걸까?' 싶을 때, 인생의 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해보는 건 필요한 일이다. 내가 생각했던 길로 가지 않는 다면 멈출 필요가 있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숨은 턱끝까지 차오르고, 숨 쉬는 법조차 잊은 채 숨을 참고 또 달릴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은 살피지 못한 채, 포화된 시선으로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다 낭떠러지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삶을 살아갈 때는 주변을 바라보며 걷고, 멈춰서 방향을 점검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무언가를 시선에 담기 위해선, 비워낼 줄 아는 용기와 멈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멈춤이야말로 나다운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지금 나의 3개월 휴식기는 그런 시간이다. 성적에 맞춰 선택한 학과, 정해진 진로를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가며 달려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숨이 벅차오르고 마음이 지쳐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맞는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걸까?'라는 질문이 들면, 더 이상 달릴 힘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자부심을 느낄 때도 많았고, 일 속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느낄 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부담감에 짓눌리고, 잘하던 일도 막히고, 익숙한 일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놓친 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자문하며 스스로를 점검하곤 했다. 그리고 그 끝에 늘 도달한 생각은 하나였다. '이 삶은, 완전히 내가 바라는 삶은 아니구나.'

이번 휴식기를 통해 나는 나만의 삶을 다시 그려보고 있다. 이제는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원하는 삶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내가 가진 지식과 라이센스는 분명 나의 삶 속에서 계속 활용될 것이다. 단지, 방향을 조금 틀어보려 한다. 이전의 삶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나다움을 한 스푼 더해보려 한다. 조금 더 나답게, 내가 숨 쉴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삶은 늘 직선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멈춤도, 돌아섬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멈춤은 결코 후퇴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준비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조금 천천히 걷기로 했다. 숨을 고르며, 내 안에 진짜 나를 담기 위해.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