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카운터에서 본 세상: 무례와 온기 사이

by Yong

편의점 카운터에서 본 세상: 무례와 온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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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세달이 되어간다. 이제는 평일 새벽 근무까지 병행하게 되었지만, 지난 두 달간의 경험은 이미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손님들이 보는 편의점의 모습과 카운터 너머에서 벌어지는 진짜 세계는 얼마나 다른가. 그 기록을 여기에 남겨본다.


카운터에서 통하는 특별한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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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곳은 외국인 손님이 특히 많다. 놀랍게도 영어권 손님은 소통이 오히려 쉽다. "bag?", "receipt?" 같은 단순한 단어와 손짓만으로도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지만 비영어권 손님 앞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실감한다. 그래도 우리에겐 만국 공통어인 손짓과 발짓이 있다. "Buy one, get one free"라는 정석적인 표현보다, 손가락으로 상품을 가리키며 "One more free"라고 외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때로는 내가 영어로 말하면, 상대방이 "아, 원플러스 원?" 하고 한국어로 되묻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짧은 영어로도 그동안 소통이 잘되지 않았던 탓인지, 그들은 나의 작은 노력에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자주 건넨다. 편의점 카운터에서 가장 보편적인 언어는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눈빛과 손짓이다.


'가오'와 시스템 사이, 사소한 무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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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손님이 따뜻한 것은 아니다. 엄청난 무례는 아니지만, 알바의 입장에서 불필요하게 진을 빼는 손님들도 있다. T맵 할인 포인트가 적용되지 않을 때가 그렇다. 1일 한도에 걸렸거나 적용 불가 상품이라 포스기에 명확히 표시되어도, "이럴 리 없다"며 재시도를 요구한다. 특히 친구들이나 여자친구 앞에서 '가오'가 상했다고 생각하는 남자 손님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나는 그저 "다시 찍어드릴까요?"라고 응대할 뿐이다. 결과는 늘 똑같고, 그들은 보통 사과는커녕 인사도 없이 휙 나가버린다. 나는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지만, 포스기는 전산 그대로 적용될 뿐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에 취해 카드를 거꾸로 넣는 취객분들은 내가 손으로 방향을 유도해주면 서로 웃으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억지를 부리는 멀쩡한 손님보다, 실수를 인정하는 취객이 훨씬 더 사람답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담배 주문이라는 눈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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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매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는 또 다른 전쟁터다. 같은 담배를 손님마다 제각각 다르게 부르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제품은 정형화된 이름조차 없어 혼란을 야기한다. "에쎄 체인지"와 "더원 체인지"가 있는데, 그냥 "체인지요"라고만 말하는 손님 앞에서 나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화 통화를 하며 웅얼웅얼 주문하는 손님들은 최악이다. "테리아 블랙…"까지만 말하고 정작 중요한 뒷말은 삼켜버린다. 결국 나는 담배를 직접 들어 보이며 "이거 맞으세요?"라고 확인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담배 주문은 말보다 눈으로 통한다.


진짜 어려운 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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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늘 말하듯, 편의점 알바의 진짜 어려운 점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손님들이 보는 계산 업무는 실제 노동 강도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진짜 힘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물류와의 싸움이다. 내가 일하는 주말 매장은 저녁 피크타임에 평균 200개의 냉장 물류가 쏟아진다. 그것을 검수하고 진열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다른 매장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래서 처음엔 쉬워 보여서 알바를 시작했던 대학생들이 금방 도망가곤 한다. 진열이 기본이고, 계산은 오히려 부업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티면 보인다. 이 일만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시스템이 공정한 아르바이트도 드물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카운터 너머에서, 그 힘듦과 공정함 사이를 오가며 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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