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오늘까지,
아침 러닝을 하며
벚꽃을 만끽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순식간에 꽃길이 만들어졌다.
고개를 들 때마다
벚꽃이 눈에 쏟아졌다.
이미 만개한 꽃들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듯
온 힘을 다해 피어 있었다.
아침 러닝,
나만의 방식으로
이 동네와의 이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곧 떠나게 될 이곳을
오래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구석구석을 눈에 담고
감사를 느끼며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책은 도끼다』 속 한 문장이 떠올랐다.
“꽃 피어올라오니 기쁨이고,
곧 꽃 지리니 슬픔이다.
봄은 우리 인생을 닮았다.”
이 문장은
장 그르니에의 『섬』 서문에 실린
알베르 카뮈의 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박웅현 작가가
자신의 언어로 다시 길어 올렸다.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는 기쁨과,
그것의 소멸을 아는 슬픔을
동시에 품어야 하는 마음.
그래서 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섬』을 펼쳐 보았다.
우리에게는 보다 섬세한 스승이 필요했다.
이 겉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허물어지게 마련이니
그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박웅현 작가가 꽂혔던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한참을
밑줄을 긋고,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그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카뮈는
한 문장으로 남겼다.
우리는
사랑이 끝날 것을 알면서도
지금 사랑하고,
지금의 공간을 벗어날 것을 알기에
지나온 시간에 감사하며,
때때로 감정은 더디게 따라오지만
아끼던 모든 것을 조금씩
잘 보내주는 마음을 배워간다.
나는 요즘
이 동네를 천천히 보내주고 있다.
익숙했던 골목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자주 가던 길을
조금 더 오래 걸어 보고,
아침마다 달리며
이 풍경을 눈에 담아 둔다.
아름다운 꽃은 곧 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길을 다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