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악과 이기적 선

by 디어람

누군가를 향한 혐오와 증오는 남을 향해 뻗어 있는 가시와 같은 것이다.

휘두르며 다가오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

우리는 이런 가시를 아주 쉽게 흩뿌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 말을 위해서 공들여 예쁜 꽃으로 위장을 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그저 가시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함께 가시를 더욱 키워준다.

그야말로 혐오의 시대가 찾아왔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고, 심지어는 그냥 릴스나 숏츠에 댓글에만 들어가도 꽤나 극단적인 사상들이 많이 보인다.

죽여 버려야 한다, 치워 버려야 한다, 없애 버려야 한다...

물론 그 말들이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인류가 제정신을 유지하는 한 없겠으나, 그런 생각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

어떤 사람중에 한 명이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에 상처받을 만큼 약하고 궁지에 몰린 이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런 혐오는 남을 향한 공격이라 생각한다.

철저하게 남을 상처주고, 남을 공격하며 본인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조금만 파고들어보면, 혐오는 남을 향하지 않는다.

혐오의 기반은 나에게 있다.

그러니 혐오가 상처 입히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려면 어느 정도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주 큰 범주의 혐오더라도 상관없다.

일단 그 사람이 약자에 속한다는 사실이나 나보다 약하고 하등해보이는 존재라는 것 정도만 아는 것도 그 사람을 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본래 그런 곳이다.

장애인을 혐오한다고 치면 장애인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특정 국가를 혐오한다면 그 국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전혀 모르는 대상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무관심할 뿐이다.


그러나 관심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움에는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혐오하기 위해서는 내가 힘을 써야 하고, 분노나 혐오감과 같은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껴야 한다.

아무리 그것이 남을 향한 희롱이나 한순간의 유희일지라도 결국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는 꽤나 큰 혐오감이 필요하다.

마음이 끓어올라야 하고, 그 자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괴로운 일이다.


무관심하면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사랑과 분노가 비슷하다는 말이 있듯,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아무리 일그러진 형태더라도 결국 나를 그들에게 내어준다는 뜻이다.

내 마음과 시간을 모두 그들에게 준다.

미움과 아주 조금의 우월의식을 위해, 혹은 그저 뒤틀린 관심을 위해.


약자라고 폄하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워하는 자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을 써준다.

파고들어 보면 그 어떤 연인보다도 다정한 방식을 타인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한다.



사소한 것에 트집을 잡고,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 일부가 전체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80억명의 사람이 있고, 그들 중 생각이 같은 이는 단 한명도 없다.

80억의 생각과 가치관이 있는 셈이다.


집단은 너무나 큰 범주다.

나는 어떤 이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는 있으나, 그 뿐이다.


내가 저 사람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거나, 글씨를 잘 쓴다거나, 성적이 좋을 수는 있다.

그러면 내가 그 분야에서는 그 사람보다 뛰어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보다 뛰어나다는 근거가 내가 어떤 성별이거나, 어떤 종교를 가졌거나, 어떤 집단에 속했기 때문이라면 너무나 빈약한 근거다.

그 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개인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특정 집단의 누군가를 폄하하여 얻는 우월의식은 깊이가 아주 얕은데다, 진짜로 우월해지는 것조차 아니다.

한마디로, 시간 낭비라는 거다.



혐오를 위해 시간을 쓰고, 나를 바치며, 허구의 우월의식을 갖는다.

실재로는 그 누구도 본인을 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노는 내 안에 내제된 감정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결국 내 마음을 불사르고 갉아먹어야 한다.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미워해야 한다.

싫어하는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헌신 아닌가.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 나는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선을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 라는 동기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라도 내 자신은 늘 우선 순위에 있다.



반대로 그렇다면 악한 행동과 혐오가 사실은 누군가를 향한 헌신과 같다면

시간 낭비고, 불필요한 소모가 된다면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혐오를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늘린다.

이 관점으로 보아도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남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인 행동이다.

단순한 인간적인 호감도를 떠나서, 나 자신에게도 아주 큰 이득이 된다.

돈의 가치를 논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다.



남에게 베풀고, 남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기쁨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는 걸 알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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