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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노래하는 고유진씨께 3

짝사랑의 비애

by 봄비

어쩌면 좋아요 저는

허락을 받았답니다

엄마는 나보다 먼저

당신을 찾아냈어요

당신의 목소리는 눈물이 난다고

그러나 나의 오빠는

반백살 여동생의 사랑에

지쳐갔지요


그렇다면 결혼해라


허락을 하네요


문제는 당신입니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당신

그렇다고 나도 당신을

알진 못해요

당신의 애잔한 목소리만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결혼하긴 어렵잖아요.

피차 알지도 못해서


허락은 받았지만

우린 안돼요

짝사랑은 이래서

어렵답니다






실화입니다.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저의 오빠는 말을 뚝뚝 잘라먹는데 선수입니다. 올 여름부터 시작된 한 가수에 대한 집요한 동생의 관심이 못마땅했지요.


오빠, 그 노래 들어봤어? 물으면

적당히 해라.

그만해라. 답하지요.


무안해진 저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어요. 그러다 이번 추석, 대한민국 가왕 조용필의 콘서트를 보면서 또 가수 고유진을 언급해버립니다. 한심하단 눈빛으로 저를 한참 쳐다보더니


그래, 고유진이 몇살이냐? 묻더라구요.

나보다 한 살 어리던가?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허락을 하네요.

그럼 결혼해라.


제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이 참 여러가지이지요?


저희 오빠와의 대화에 황당하고 어이없는 마음을 그저 하소연하고 싶어 쓴 글입니다. 고유진씨가 알면 기절할 이야기지요. 저, 그리 주책맞고 집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관련 글 소개 : #5. 노래하는 고유진씨께 1

https://brunch.co.kr/@rainyspring/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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