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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엄마가 운다

나의 엄마의 엄마, 그리운 품을 만나고

by 봄비

나의 엄마는

엄마가 그리워

소리내어 울고

나는 따라서

소리없이 울었다

내 살과 피였을 엄마가 운다


잃어버린 할머니를 찾아

공동묘지를 헤매는

두 여자

내 여기 있는데

할머니가 안타깝게 부르지만

두 여자는 바보처럼

주변만 맴돈다


봉분이 가라앉은

가엾은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의 이름은

16-5, 5-12

20년이나 가지 못해

응어리로 남은 곳

낯선이의 손에 맡겨진

할머니 머리칼은

곱지가 않다


두 여자는 울며

할머니 머리칼을

쥐어뜯는다

가슴을 쥐어뜯는

울음으로


아이고 엄마

우야노

우리 엄마 팔다리가

여기 누웠네


팔다리가 다 내 곁에 있는

우리 엄마를

나는 한 번 만져본다

애간장 녹는 엄마의 울음에

나의 엄마는

여기 있구나

아직은 안도했다


(2025. 10. 8.)




나의 엄마의 엄마, 나의 외할머니를 너무 많이 사랑했다. 마음 갈피를 잡지 못해 힘들던 어느 날 혼자 할머니 산소를 찾아 갔다. 조금 울다가 돌아온다. 우리 **이, 왔나 할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러나 해결되지 않던 내 마음.


한동안 가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의 이유로 가지 못했다. 저 높고 비탈진 곳에 할머니를 모셨다는 죄책감으로. 할머니를 이 높고 외지고 무서운 곳에 모셔서 엄마는 내내 찾지 않았다. 우리 엄마 살았을 때 잘 모셨으면 됐다고. 거짓말. 가고 싶어도 엄마는 무서웠던 것. 가서 보면 더 미안하니까 안 보려 도망을 간 것.


그렇게 20년을 할머니는 혼자 외로웠다. 할머니의 딸과 그 딸은 20년이나 마음을 다잡고서 이제서야 할머니를 찾았다. 관리가 부실한 그 곳은 할머니 주소를 알려주지만 무섭게 비탈진 그 곳에서 숫자들은 찾기가 어렵다.


소리내어 우는 엄마를 언제 봤던가.

올 여름, 할머니가 살던 동네를 혼자 찾아 헤매고 다녔던 내 걸음의 흔적을 할머니께 보여드린다.

할머니도 그 곳이 그리웠을 것 같아서.


할머니, 여기 그 애기 은행나무가 이렇게 컸어

할머니가 심은 수국은 아직도 자라고 있어


할머니를 또 혼자 두고 내려온다. 샛바람 유난히 추운 포항에 오래도록 혼자 사셨던 할머니. 그 시절 할머니를 혼자 두고 오던 발걸음처럼,


또 우리는 할머니를 혼자 두고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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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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