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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비도 비 나름

추석이니까

by 봄비

비를 아무리 좋아해도 이 비는 아닙니다.

오는 것도 안 오는 것도 아닌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하늘도 이 하늘이 아닙니다.

구름이 몇 점 있어 하늘인 걸 알 만큼

투명하고 파아란 가을 하늘이던가,

폭풍의 언덕처럼

짙은 회색빛 구름이 성난 바다처럼 흐르고

곧 무슨 일 날 듯 낮게 드리워진 하늘이던가,

이 가을에 이런 하늘은 아닙니다.

국밥은 뜨거워야 하고

냉면은 살얼음이 있어야 하듯이

이도저도 아닌 이 비가 못마땅합니다.


눈이 시리게 그래서 눈물이 날 만큼

투명한 하늘을

추석이니 이번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울 언니 소원도 빌어보지요,

죽기 전에 찐한 연애한번 해보고 싶다고.


비도 하늘도 이 가을엔

눈치를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눈치가 있어야 사랑받지요.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나름의 때가 필요한 것을.

아무리 사랑하는 비라도

비도 비 나름이니까요.




브런치에서는 연재의 약속을 지키라고 합니다.독자와의 약속이라고요.


내일로 예정했던 글은 내일에 어울리지 않았고 오늘의 어중간한 가을비는 마땅치 않았어요. 게다가 내일의 날씨는 또 어떨지 모른다는 점.


내일 이 글은 또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그래서 또 약속을 어기고 서둘러 글을 올립니다.


연휴 내내 오락가락 비소식이 있네요. 추석 밤에는 보름달을 봐야 모두들 소원이라도 비는 낭만을 누릴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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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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