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는
가시나 지랄한다,
포항 사람, 엄마가 눈을 살짝 흘기며
나에게 하던 말.
십팔 세 나는 흥분상태로 친구랑 내기를 한다.
엄마! 지랄은 욕이 아니지?
그게 와 욕이 아이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욕쟁이 나의 엄마.
그럼 엄마는 이때껏 나한테 욕을 한 건가.
정을 담뿍 담아 웃으며 하던 그 말이
욕이었구나, 십팔 세 소녀는 내기에 졌다.
아는 오빠의 추임새, 이런 씨부랄.
좋아도, 웃겨도, 화나도
말 끝마다 달리던 그 세 글자.
여행길 심심해 다 큰 어른들이 끝말잇기를 한다.
씨?
'씨'자로 시작하는 말?
나는 씨부랄을 외쳤다.
내가 이겼다.
어느 술집 화장실에서 울던 날
노크소리도 못 듣고.
미안하다고 말해도
소리를 지르며 나를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간 여자.
그때, 번개같이 나타난 내 편!
문을 박력 있게 차더니
이.런.씨.팔.을 시전한다.
생전 욕 하는 거 본 적 없는 얌전한 여자 동생.
나는 정확하고 어색한 발음의 그 욕이 또
정겨워졌다.
화가 치미는 어느 날.
혼자 차 안에 앉아 연습을 한다.
비 맞은 중이 중얼거리듯*
*비 맞은 중이 중얼거리듯 : 낮은 소리로 불평 섞인 말을 중얼거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옛날, 스님들이 탁발을 하며 다니던 시절, 비오는 날 탁발에 실패라도 했다면 정말 중얼거릴 말들이 있지 않았을까.
신성한 브런치 글터에서 적나라한 욕을 담은 글을 쓰게 되어 매우 조심스럽고 송구한 마음 가득입니다.
욕에 담긴 무서운 뜻 말고, 그저 그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교사입니다. 그리고 저의 엄마도 나름 교양 있고 세련된 할머니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저의 친구들도 교사입니다. 막돼먹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씀을 꼭 부언하고 싶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욕도 정겹게 느껴지는 것도 저만 그런 걸까요? 만일 그렇다면 <#. 나만 그렇다> 시리즈의 시로 다시 써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