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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비오는 날 꽃을 왜 꽂는지

비의 디엔에이

by 봄비

6월 끝자락에 태어나

비의 디엔에이가 묻어났는가

비 오는 모든 날들이 내 날 같다

아이가 묻는다

왜 비오는 날만 되면

사랑한다고 말해요?


무겁게 비를 담은 회색빛 하늘이 낮아진다

세상은 낮아진 하늘 아래 한 세상

모처럼 포근한 동화같이

살고싶은 세상으로 보인다

그러다 비가 후두둑

비가 온다!

그저 온세상이 내 동굴이 되어준다


빗소리는 다독다독

나를 차분하게 달래는데

내 모든 세포는 펄펄 살아 날뛴다

비오는 날 꽃을 왜 꽂는지

왜 그러고 돌아다니는지

그 여자랑 나랑은 안다



<사진 출처 : Pixabay>




오늘도 비가 옵니다. 엄마는 비오는데 혼자서 뭐하노? 하고 걱정어린 전화를 하셨지만 저는 너무나 하고 싶은게 많은 저녁입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빗소리도 들어야 하구요, 제 방 창문 언저리에 방을 얻은 풀벌레계의 고유진씨 노래도 들어야 합니다. 작가님들의 글도 읽어야 하고, 이후에는 고인 빗물에 첨벙첨벙 발 담글 수 있게 슬리퍼를 신고 저녁 산책도 나가려 합니다. 나간 김에 맥주라도 한 캔 사와야겠어요. 꽃은 꽂고 다니지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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