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내나는 그 아이
아이들과 만나는 분주한 아침.
때때로 변신괴물이 될지라도
즈그들 선생님이라고
연한 살결 부대끼는 기분좋은 아침.
한 아이가 다가와 조잘조잘 떠든다.
그런데 어디서 똥 냄새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는 누가 쌩방귀를 뀌었다고
친구들 엉덩이를 쫓아다니며
취조를 하고 다닌다.
다음 날 아침의 똑같은 일상.
또 그 아이가 나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나시는지
아침부터 땀에 쩔은 아이는
정신없이 떠든다.
그런데 또 똥 냄새가.
어쩌지?
그 날 오후, 눈이 커다래진 아이.
선생님, 5학년 선생님이랑 손 잡은 적 있어요?
우리 학교 유일한 남자 선생님.
아니, 손 잡은 적 없는데.
그런데 왜?
아이는 다행이라는 듯 휴우~
아니, 그 선생님
쉬싸고 손을 안씻잖아요!
상상하면 안되는데
너무 상상을 했다!
참견 많은 아이들
우와, 손 안 잡았대! 난리난리 이런 난리가.
즈그들 선생님이라고
걱정해 주는건가.
고맙다, 아이야.
그런데 내 걱정 말고
니 걱정이나 먼저 하시지!
학교 올 때 니 이나 좀 닦는 게 어떻겠니.
똥내를 내던 아이가
사랑스럽다.
너 때문에 또 하루 웃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인 나)
상상하기도 웃기고 남사스러워 나 혼자 듣고 넘어가려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하필 이 아이의 경고를 들은 그 날, 나에게도 부끄러운 사건이 생겼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로 윗 글에 등장하는 남자 선생님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유난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그 남자 선생님. 왜 그렇게 쳐다봐? 물으니.. 씨익 웃으며, 누나, 코에 코딱지가... 이런다. 평소 격의없이 친하게 지내던 그 선생님. 나는 황급히 코를 만지며 거울 쪽으로 달린다. 그 남자 선생님은 짖궂게 나를 쫓아오며 말한다. 누나, 어디가요? 누나! 누나, 제가 떼어 드려도 되는데.
이런 씨!!
실제 코딱지가 있었는지 뭔가 코에 붙었는지 모르겠다. 말을 듣는 순간 코를 만지며 떨어져나갔을 그 무언가. 아무렴 내가 코딱지를 붙이고 다녔겠는가.
이런 씨!!
그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과응보다! 누나 코에 뭔가 있는 것 같더라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줄 일이지!
나는 복수를 했다. 우리 반 아이가 화장실에서 목격했다는 그 이야기를. 너랑 손 잡지 말래, 우리 **이가.
우리는 둘다 겸연쩍게 그러나 크게 웃었다. 그리고 서로의 일을 덮어주자고 합의를 봤다.
성인이 되고 소리내어 크게 웃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직장에서. 너희들 때문에 웃고 산다. 고맙다.
그리고 아이와 나는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선생님과 손을 안 잡기로, 그리고 아이는 아침마다 이를 잘 닦고 오기로.